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 이미지의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특허소송전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6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업계는 의례적인 애도사 외에 특허분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는 이미 최고 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난 만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특허분쟁 영향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 CEO인 팀 쿡 역시 삼성과의 특허 분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 소송이 격화되던 지난 4월 당시 최고운영책임자였던 팀 쿡은 "삼성이 선을 넘었다(crossed the line)"며 특허분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정수 연세대 박사도 "특허분쟁은 스티브 잡스보다 현 CEO인 팀 쿡이 주도한 성격이 더 강했다"며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잡스의 상징성과 카리스마를 고려했을 때 애플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애플이 시장 수성을 위해 특허분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반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잡스의 사망이 애플에 큰 위기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특허전을 선언하고 나선데다 반안드로이드 진영의 우군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새로운 OS(운영체제) 윈도8을 발표하며 삼성과 손을 잡았다.
특히 안드로이드의 새 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발표를 앞두고 지난 4일 발표된 아이폰 4GS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지 못한 것도 애플에는 큰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터져나온 잡스 사망 소식은 애플에는 설상가상의 비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잡스의 사퇴에는 팀 쿡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라는 대안이 있었지만 잡스의 사망은 그 어떤 대안도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며 "애플 팬들에게는 곧 애플 혁신의 '부재' 그 자체로 인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스의 사망이 애플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현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애플이 더욱 소송전에 집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 박사는 "애플의 특허소송은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 중 하나"라면서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의 시장경쟁력이 흔들리게 된다면 특허소송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바일업계의 한 관계자는 "잡스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그의 사망은 분명 애플에는 악재이자 위기"라며 "애플 제품에 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 추진되온 애플의 모든 전략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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