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광주인화학교에 벌어진 사건을 재수사라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도가니’는 2005년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 교직원이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력을 가한 사건으로, 당시 MBC ‘PD수첩’ 등에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해당 교직원은 구속되고, 인권위의 권고와 관련자의 추가 고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해자 교직원 3명은 가벼운 형량만을 선고 받은 채 곧 복직됐고, 성폭력을 가한 교장 역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곧 대중에게 잊혀졌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가 4일 만에 전국 관객 92만명을 돌파하며 흥행하자, 영화를 본 관객들은 ‘믿을 수 없는 실화’에 충격과 분노를 표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당국에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관계자들은 ‘도가니 신드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 2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에서 우석법인과 감독기관에게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이슈청원을 발의해 현재 네티즌 서명이 진행중이다. 26일 오후 5시30분 현재 1만6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청원글을 통해 “영화 ‘도가니’의 상영이 본격화되면서, 전 국민의 눈과 귀가 광주를 향하고 있고, 양심 있는 시민들은 2005년과 2010년에 벌어진 성폭력사건에 대한 재조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청각장애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기억하라’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 ‘잔인한 진실을 잊지말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내달 20일까지 서명 인원 5만명을 목표로 청원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재수사 촉구운동은 ‘도가니’ 공식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담당 관할 지자체인 광주시청과 광산구청은 하루 종일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전화가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 바로잡아 주기를 기원한다” “이렇게 잔혹한 영화가 사실이란 점이 무섭고 무거웠다”, “영화 보는 동안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눈물만 났다”는 등 부당한 현실을 바로 세워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한편 광산구청 측은 해당 법인에 오는 10월7일까지 이사진을 교체해달라는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장애인 시설 등 인권 사각지대를 담당할 인권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등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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