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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창고형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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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9 23:11:17 수정 : 2025-06-29 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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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과정에서 광주광역시에 대형 복합쇼핑몰과 창고형 매장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됐다. 유통업계가 과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주 진출을 꾀했으나,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골목상권 침해 등을 내세워 가로막은 탓이다. 이후 대형 유통사들이 잇따라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특혜 시비와 교통 혼잡 우려가 있긴 하나 대형 복합쇼핑몰이 인구 유출을 막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는 커졌다.

오프라인 상권 변화는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생활방식과 소비패턴의 변환에 기인한다. 스마트폰 사용 보편화와 주문배달의 일상화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유동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실현도 방문 쇼핑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1인 가구 중심의 소비는 유독 대형 복합쇼핑몰과 창고형 매장으로 이어진다. 나머지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브랜드 체험이나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키며 수익모델을 재편한 까닭이다. 사회문화적·경제구조적 흐름의 변화다.

최근 국내에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상품을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며 구매하는 약국이다. 중간유통 없이 일반 시중 약국보다 싼 가격에 약을 구매할 수 있다며 반기는 쪽과 대량 구매에 따른 의약품 오남용, 지역 약국 생존권 위협 등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약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의료행위 제공의 일환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약’의 정의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저렴하게 의약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더 커서다.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매출 기준 세계 10위권 기업이자 9000여개 약국망을 보유한 미국 CVS. CVS는 영국의 부츠, 일본의 마쓰모토키요시처럼 의약품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다. 2000년대 초반 편리성 때문에 빠르게 늘어났지만 과도한 경쟁과 비싼 수수료 등이 발목을 잡았다. 온라인 처방약 시장이 확대되고 디지털 건강관리가 부상한 것도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창고형 약국 역시 전통적 사업 모델이다. 성공을 장담하기는 성급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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