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기보다 인정해 버리면
삶의 행복도·균형감 높아져
생각의 차이도 그렇지 않을까
학회 참석 후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날개 옆 좌석에 앉아 이륙하는 동안 날개를 바라봤다. 어떻게 이렇게 육중한 비행기가 날아오를 수 있을까? 늘 신기했다. 베르누이원리는 날개 위아래를 지나는 공기의 압력 차이로 위로 뜨는 힘인 양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그 압력 차이가 핵심임을 알게 된다.
우리 인간 세상에서 차이는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들은 키, 재산, 외모, 능력, 직업, 건강 등에서 저마다 차이가 있다. 나와 누구의 차이를 비교하면 불편할 수 있고,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면 분노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이 좋은 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눈에 보이는 차이로 자존감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 불편한 차이는 왜 있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그 이유가 진화나 발전이라는 큰 목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차이는 지속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생명체가 살아남거나 발전할 기회나 동력을 제공하는 것 같다. 가령,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때 유전자 등의 차이로 어떤 사람은 생존하고 어떤 사람은 도태되는 것인데, 우리는 생존자의 후손일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차이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차이에 따른 불편함이 있으면 행복하지도 않고 자기 일을 잘하기도 어렵다. 불편함이나 분노가 마음속에 있으면 자신의 장점을 계발하기도 어렵고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필자가 학생을 지도하면서 얻은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지도하고 있었던 학부생이 일대일 면담 과정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쉬는 것 같은데 공부를 너무 잘해서 속상하고 저녁마다 아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아주 잘해서 서울대를 진학했는데도 인생의 패배자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담 중에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모든 재능을 주지 않는다. 너는 너의 친구에 비해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네가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면 너의 재능이 발휘되지 않는다. 너의 친구는 시험 잘 보는 재능을 타고났을 수 있지만 그걸 차분하게 인정해 버리면 그만이다. 오늘 저녁부터 마음이 불편할 때 “차이를 인정하자”를 여러 번 외치고 잠자리에 들라고 했다. 말하자면 현실적인 실행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약 3개월 후 다시 면담했다. 좀 어떠니 하고 물으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고, “세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차이를 존중하도록 해라”라고 했다.
그 이후 부진하던 성적이 계속 향상됐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추천서를 써 주었고 미국에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필자의 조언으로 잘 넘겼다고 한다. 간간이 감사하다는 메일을 받았고 지도교수로서 기뻤다. 최고의 국제학회에서 논문발표를 잘하고 질문에 능숙하게 답하는 그 학생의 모습을 보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있을 수밖에 없는 차이를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제자들의 결혼 주례를 할 때마다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부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생각과 가치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차이를 먼저 인정하고 가정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차이나 다름이 있어야 세상이 정체되지 않고 진화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차이를 조장할 필요는 없다. 그 차이를 파괴적이 아닌 생산적으로 활용하면 모든 생명체가 진화하고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측면도 있어 서로의 행복도가 낮아지고 균형 있는 성장이 정체되는 것 같다. ‘차이를 인정’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 큰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에서의 의식변화 없이는 외부의 지원은 그 빛을 잃는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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