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회 임원 연봉 8935만원 과다인상 논란도

서울의 모 대학 의대 교수인 A씨는 “그러잖아도 기부금 용처나 회계 등이 평소 궁금했다”며 “이제 공인된 국제단체에 대신 기부해야겠다”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일부 직원의 국민 성금 유용사실이 드러난 법정 기부단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 행태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드높다. 매년 국민의 기부 의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비리 사건의 파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연말을 앞두고 기부 문화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18일 보건복지부의 ‘나눔포털서비스 구축방안 및 효용성 검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을 기점으로 10년간 국내 기부금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 13.5%를 기록하며 99년 2조9000억원에서 08년 9조500억원으로 약 3.1배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 개인 후원방법을 물었을 때 사회복지단체를 이용한 후원방법이 39.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나눔시설과 기관, 단체의 신뢰도를 물었을 때는 자선단체가 100점 만점에서 70점을 얻어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번에 터진 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은 시민의 기대와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쟁이나 외부 관리감독과 거리가 먼 현재의 우리나라 관제 기부 시스템의 문제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관리감독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진수희 장관도 이날 “어떤 모임이나 기관이든 독점으로 하면 폐단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도 기준으로 국내 주요 모금주체별 배분 현황을 보면 19개 기관의 민간부문 지출액은 총 4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 공동모금회가 2249억원으로 조사 대상 19곳 총액의 53%를 차지했다. 미국 등 기부문화가 생활화된 선진 외국에선 법정 기부기관 등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한 기부가 아예 없다.
공동모금회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크게 웃도는 임원 연봉 인상으로도 빈축을 사고 있다. 공동모금회 상근이사인 사무총장 연봉은 2006년 8219만원이었으나 09년 8935만원(8.7% 인상)으로 껑충 뛰었다. 2007년과 2008년 공무원 임금 평균인상률 2.5%와 크게 차이 난다. 더욱이 지난해 공무원 임금은 동결됐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모금 시스템은 여러 가지로 낙후한 상태”라며 “모금 및 모금액 운용과 관련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물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고, 모금단체를 감시하는 비영리단체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기천·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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