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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음식 세계화 성공비결 현지화가 ‘딱’

입력 : 2009-10-29 15:59:12 수정 : 2009-10-29 15: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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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로 체계적 지원…음식에 자국문화까지 수출

 


전통음식 세계화에 성공한 태국·일본

[이코노미세계] 전문가들은 전통음식 세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태국과 일본을 꼽는다. 태국은 정부의 체계적 지원을 바탕으로, 일본은 고급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음식에는 민족의 혼이 스며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음식을 수출한다는 것은 문화를 수출한다는 의미다. 각국 정부는 자국 문화 세계화를 위해 전통음식 상품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는 요즘, 성공적인 해외사례를 통해 그 노하우를 살펴본다.

◆'태국다움' 식당 최근 3배 이상 늘어=지난 5월 열린 한·태국 정상회의에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태국음식 세계화를 추진했던 키친 오브 더 월드 프로젝트(kitchen of the world project) 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약속했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 중인 이 대통령은 "태국을 방문하면 관광청에 꼭 들러 태국음식 세계화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듣겠다"고 화답했다. 21세기 들어 자국 음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세계화했단 평가를 받는 태국 수장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던 대화였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태국 음식은 정쟁이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꾸준히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특히 세계화추진 기구인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 를 내세워 자국 음식을 알리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2001년 태국 정부는 상무부 수출진흥국 산하에 태국음식세계화본부를 둔 이래 2004년부터 태국음식세계화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태국다움(Thai-ness) 이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똠양꿍 (향신료를 찧어 넣고 새우를 으깨 넣은 태국식 매운 국물 요리)이 정부가 '태국다움'을 위해 키워낸 음식의 좋은 예다. 현재 해외에서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히는 똠양꿍은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허브 향과 신맛을 살려 해외진출 주력상품으로 내세운 것이다.

'키친 오브 더 월드'의 보라문 푸앙아롬 본부장은 올해 초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태국 음식은 맵고, 시큼하며, 향긋한 것이 특징으로 이 세 가지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맛의 등급을 정해 현지화 하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매운 것에 익숙지 않은 미국과 유럽은 덜 맵게 하고 대신 향을 강조하는 식이다.

태국음식은 특히 특유의 향이 강해 이에 익숙해져야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한 요리 전문가는 "태국음식의 경우 독특한 향이 세계화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태국 요리사들은 오히려 이를 반대로 생각했다"며 "일단 맛을 들이면 중독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가능하면 원래 맛을 유지했고, 그 결과 세계인에게 더 매력적인 음식으로 다가간 것"이라고 평했다.

태국정부는 외국인들이 똠양꿍을 먹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태국문화와 국가 브랜드도 함께 알리려 노력했다. 음식 뿐 아니라 그에 필요한 양념, 향신료, 원자재 수출도 함께 증대시켰다. 

해외에 파견할 태국음식 요리사들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고, 해외에 태국 음식점을 내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도 태국다움 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효했다.

실제 2004년까지만 해도 해외의 태국음식점은 4000여 개에 불과했으나 2008년 그 숫자는 1만3000개까지 늘었다. 미국에 등록된 것만 4000개 넘는다고 한다. 또한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태국의 식품산업은 2000만 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에 달한다.


◆일본식 인테리어에 현지 문화 접목=일본음식점 카운터에는 행운과 번창을 비는 마네키네코(행운을 부른다는 고양이 장식물)를 쉽게 볼 수 있다. 오른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금전운을 부르고 왼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손님을 부른다고 해서 일본 음식점 대부분은 이를두고 있다.

에도시대 풍속화나 서예작품, 병풍, 기모노 차림의 인형 등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손님들의 시선을 끈다. 음식은 목기, 도자기 등 고급 식기에 담아내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든다.

가장 단기간에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일본음식은 일본문화를 음식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킨 결과다. 불과 수십 여 년 만에 스시 등이 고급음식으로 평가 받으며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심장부에서 붐을 일으켰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자국 음식 세계화를 추진했다. 요리의 고급화와 차별화는 기본이고, 정부와 민간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 

일본 정부는 외식산업종합조사연구센터를 설립했고, 민간 차원에서는 정부 지원 하에 일식당 해외보급 추진기구(JRO)가 조리교육, 해외정보 수집, 홍보 등을 추진하며 일본 요리의 저변을 확대했다.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가령 일본 요리사들이 뉴요커들에게 스시를 처음 소개할 때, 캘리포니아 롤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열었던 것 등이다.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연어, 참치에 아보카도 등을 활용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김의 검은색을 롤의 밥 속으로 숨겨놓는 등 현지인 입맛과 취향에 따라 일본요리를 선보였다.

이런 전략에 따라 현재 해외에서 영업 중인 일본 식당은 무려 2만 곳이 넘는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07년부터 이 2만여 곳의 일식당에 대한 품질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위생관리와 조리기술 보급 등을 정부에서 하며 인증제를 실시해 신뢰를 쌓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정부는 또 일식당 해외보급 추진기구(JRO)를 통해 일식을 프랑스, 중국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만들고 2010년까지 전 세계 일식 애호가 인구를 12억 명으로 늘리겠다는 '일식 인구 배증 5개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미 세계에서 라멘, 우동 등의 대중화에도 성공한 일식의 향후 행보가 이제 막 한식세계화에 나선 우리들에겐 더욱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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