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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식=싸구려’ 고정관념 버려야 세계화 '성공'

입력 : 2009-11-03 09:15:21 수정 : 2009-11-03 09: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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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떨어져 호텔서도 한식당 ‘찬밥’

세금 감면·인력양성 등 정부 정책 절실

[이코노미세계] 한식세계화에서 제일 먼저 지적하는 것이 바로 표준화된 한식 레시피 구축과 맛의 균일화, 고급화 등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외로 우리 국민들의 ‘한식=싸구려 음식’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음식은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인만큼 한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한식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세계시장에서 대우를 받기 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한식업계 한 요리사의 말은 한식세계화를 외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한식요리사들은 양식과 일식 등은 한 끼 식사에 5만~6만 원을 내면서 한식은 5000원도 비싸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세계화는 어렵다고 말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대형호텔 한식 홀대=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국내 한 한식당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정상영씨는 “우리 국민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식의 경우 1만원이 넘으면 비싸다고 타박하는 국민들의 고정관념은 한식당을 더욱 영세하게하고 고급음식점들의 대명사격인 호텔 식당에서도 외면 받게 했다. 

한식 홀대의 예는 IMF 이후 경주를 중심으로 호텔학교에서의 한식조리과 폐쇄와 1990년대 후반 세종호텔 한식당의 폐쇄가 그 시초다.

이후 2005년 신라호텔의 한식당 서라벌 마저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으면서 대형 한식당의 쇠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메이필드와 워커힐 정도로 손에 꼽을 만큼 그 숫자가 줄어들었고, 이는 한식 세계화의 직접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식 업계 관계자는 “고급 호텔에서의 한식 외면은 결국 유능한 요리사들마저 한식에 미래를 걸지 못하게 해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강서 캠퍼스) 조리과 오봉희 교수는 “영업이익을 우선하는 호텔 특성 상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식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책정된 예산과는 별도로 한식당의 세금 감면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가과제로 선정돼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정부예산 역시 인기위주의 외형적인 행사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문을 꼼꼼히 따져 적재적소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식을 배우는 현장의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미래를 꿈꾸고, 지원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 한식을 특화된 요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조직적 지원이 우선=최근 정부가 농림수산식품부 내에 구성한 한식세계화 추진팀과는 별도로 민관이 합동으로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요리사들은 부처별로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세계화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책정한 예산도 정부 돈= 눈먼 돈 으로 인식,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는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식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예산배정과 전략은 역대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마다 내 놓은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올해 100억원, 내년 예산 240억원의 지원으로 한식세계화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식세계화에 필요한 표준 조리법의 경우 양식이나 기타 외국음식에 비해 어려운 만큼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경우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거듭해온 유행성 정책으로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봉희 교수는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 최고 요리사들의 경우 귀족 지위를 얻을 만큼 지위나 대우 면에서 존경을 받는데 반해 국내 요리업계는 처우와 근무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정부정책이 한식 고급인력 양성과 이들의 처우개선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선순환을 통해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일본 음식 박람회의 경우 음식뿐 아니라 식자재까지도 일본에서 직접 가져와 홍보를 한다 며 한식 역시 음식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요리에 기본이 되는 국내 식재료까지 함께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식 업계에 20여년 몸담고 있는 이진택씨는 “태국의 경우 해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초기부터 정부가 조직적으로 태국음식 조리법과 인테리어 등을 교육시키는 등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세계화에 나섰다”며 “정부가 사전에 해외 한식당을 운영하려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식 교육과정을 만들어 표준 메뉴와 인테리어, 조리법 등을 제공한다면 태국, 일본 음식점들처럼 해외 한식당들도 현대적 감각의 통일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점 살리고 메뉴 선택과 집중해야=조류독감, 신종인플루엔자 등 유행성 질병 등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한식의 우수성이 또 다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곡물, 채소(8)와 육류(2)가 황금비를 이루고 있는 한식은 김치와 된장 등 발효 식품을 기반으로 주식과 부식이 함께 어우러져 일찍부터 세계 시장에서 웰빙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표준화가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단점 등으로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식재료와 조리법, 메뉴의 균일화와 표준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면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갈비찜의 경우, 여기에 들어가는 양념(파, 마늘, 생강, 인삼, 밤, 대추 등)을 외국인 입맛에 맞게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곡물, 각종 나물, 볶은 육류와 고추장 등이 가미돼 선호도가 높은 비빔밥과 잡채의 경우도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면과 각종 야채와 육류가 어우러져 조리법을 균일화 하면 세계화 할 수 있는 대표 한식으로 꼽힌다. 이밖에 육류와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외국인들에게 전류(파전, 생선전, 빈대떡)와 불고기 등도 대표 한식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한식업계 관계자는 “한식의 모든 메뉴를 세계화하기 보다는 표준화와 균일화 할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해 집중화하고, 민간식품 제조사와 정부가 함께 나선다면 세계 음식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식세계화는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 단시간 내 이룰 수 없다는 것이 한식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의 시의적절하고도 섬세한 지원만이 한식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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