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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韓食, 세계를 홀린다…年4조달러 ‘황금알 시장’ 공략

입력 : 2009-11-09 13:02:50 수정 : 2009-11-09 13: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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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2.5배·반도체 15배 규모…각국 정부도 '군침'

 

[이코노미세계] 태국 정부는 2001년부터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 ‘타이 키친 투 더 월드(Thai Kitchen to the World)’를 추진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태국음식점에 저금리로 자금을 융자해 주고, 대대적인 태국 조리사 양성 교육을 실시했다. 또 해외의 태국식당에 인증제도(Thai Select)를 두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외 미디어 광고와 재정·교육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01년 5500개였던 해외 태국 식당 수는 7년만인 2008년 말 1만 3000개로 약 2.5배 급성장했다.

1960년대부터 일본 정부가 일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스시는 세계화 된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일식 세계화를 시작할 때만해도 세계인들은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것이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 좋다는 등의 홍보마케팅을 꾸준히 펼쳤고 ‘스시 표준화’ 연구 작업도 진행했다. 

이미 ‘일식’ 세계화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식문화 연구추진회’를 발족해 2010년까지 세계 일식애호가를 12억명까지 늘린다는 ‘일식인구 배증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 세계 식품시장 선점 경쟁 치열= 세계 식품시장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자동차의 2.5배, IT의 5.6배, 반도체의 15배에 해당하는 연간 4조 달러로 황금알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산업은 크게 식품제조와 외식·급식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품 가공과 판매는 물론 외식업, 농수산물 생산·가공, 비만방지식품, 주류 및 음료 등 다양한 분야가 여기에 해당한다.

식품산업은 단순 먹을거리 생산과 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돼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다. 또 매출 1억원 당 고용이 3.6명(전 산업 평균 2.2명)씩 증가해,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

또한 국가 이미지와 민족문화 인식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자국음식 세계화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정부도 한식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했다.

올해 초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발족하고 국내외 한식당 현황 파악과 같은 기초 작업부터 한식인력 집중양성, 국내·외 한식 홍보를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서 부가가치 창출=일본 도쿄 인근 신요코하마에 위치한 라멘 박물관은 연간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관광지다. 1950년대 일본 거리를 배경으로 세계 각지의 라면 역사와 상품, 볼거리 등을 구성해 놨다.

이곳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박물관 때문만이 아니다. 일본 전역의 유명하다는 라멘집이 모두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매달 라멘을 먹기 위해 찾는 관광객만도 10만명이 넘어 박물관의 상업적 효과도 크다. 체험형 관광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1994년 문을 연 이곳이 인기를 끌자, 일본은 특정음식을 주제로 한 박물관을 잇달아 선보였다. 2001년엔 요코하마 카레박물관, 2002년 도쿄 이케부쿠로 교자박물관, 오사카 일본전통음식박물관 등이다.

이처럼 식품산업은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응용의 여지가 많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건강에 좋고 종류도 다양한 한식의 경우 다이어트제품이나 건강 기능성 식품, 특수영양식 등으로도 향후 응용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이나 바이오산업과의 융복합화도 가속화 하고 있다. 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대극초 등의 추출물로 에이즈합병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식이다. 또 인삼 성분을 추출한 건강기능성식품이나 골다공증 치료를 위한 칼슘 함유 커리(카레)도 있다.

日, 라멘 등 음식 박물관으로 외국 관광객 몰이

정부, 전문인력 양성 등 한식업 기반 구축 '신성장 동력화' 추진

◆정부, 세계 식품시장 본격 공략 나서= 정부는 올해 초 한식세계화추진단을 구성하고 한식을 신성장동력화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제시했다. 자동차, IT 등과 같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는 분야의 하나로 식품산업, 즉 한식을 꼽았다.

농림수산식품부 한 관계자는 “식품산업은 10억원을 생산하면 타 산업에 2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일으킨다”고 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수출 증대까지 다양한 측면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한식산업 기반구축을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과 인력양성을 위한 전문조리교육을 실시하고 세계 유명 요리학교에 한식강좌를 개설키로 했다. 또 뉴욕 도쿄바 (뉴욕시에 일본음식거리)와 같은 한식 거리를 일본 도쿄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도 다양한 한식체험 이벤트나 관광 코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개발을 위해 세계김치연구소가 설립된다. 매운맛측정기나 항균성 포장재료, 냉동식품 복원 등 한식의 기능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도 본격화 한다. 

또 식재료 유통구조를 대형화·전문화하고 공동구매나 직거래를 활성화 해 한식당들의 유통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급, 대중식당의 특성에 맞춘 지원책도 마련한다.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엔 인테리어나 식기 등을 차별화하고, 떡볶이나 비빔밥 같이 대중적이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식당은 깨끗하고 친절한 이미지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일본 TV 막걸리 광고 역시 정부가 진행한 한식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앞으로 유명 한국인 요리사가 각국 요리 전문 프로그램에 출연, 한식과 식문화 등을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또 식객이나 대장금 같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통해 자연스레 한식 이미지를 높이는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불고기와 김치를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 중에서도 비빔밥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갈 길 멀다=특히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에어프랑스 등 해외유명 항공사가 기내식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엑스맨 주연배우 휴잭맨은 근육질 몸매 유지를 위해 불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발효식품인 한식은 세계적으로도 건강기능성, 자연친화 영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적으로 균형 갖춘 모범식으로 선정했다. 미국 헬스誌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한식의 세계적 위상은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한식산업은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한식당은 1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영세업체들로 대부분 교민이나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고 있다. 

국내 대표급 식품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국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불고기 체인점 '규각'만 200개가 넘는다.

이에 반해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 한식당 중 가장 많은 곳이 '처가방'이지만 그 수가 고작 20개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 중 해외에 진출해 있는 점포는 71개(27개업체)뿐이다. 이조차도 중국, 미국, 일본에 편중돼 있다.

한식당은 국내에서도 찬밥신세다. 국내 1급 이상 호텔에 한식당이 있는 곳은 20% 정도다. 서울시내 특1급 호텔 19개 중 4곳만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호텔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동안 한식당을 운영했지만, 가격대비 이익이 많지 않고 이용객 수도 저조해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가끔 외국손님들이 한식을 찾으면 인근 한정식집을 소개하거나 그냥 호텔의 양식당을 권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식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한식세계화 최적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또 “한류 여파로 한식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웰빙 추세도 한식 세계화에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관련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연간 4조달러대의 황금알 산업인 세계 식품 시장 공략은 '한식 세계화'를 통해서 실현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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