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세계 각지엔 한식을 파는 식당들이 꽤 있다. 그러나 대부분 된장이나 김치찌개를 주 메뉴로 하는 영세한 곳들이다. 찾는 사람도 거의 한국인이고 주인도 현지에 이민 간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이용객이 뻔하고 운영자도 비전문가인데다 메뉴 개발과 인건비 등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아 전문성이나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외국인을 타깃으로 ‘전문화’한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한식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활동 영역을 꾸준히 넓혀 온 업체들이 있다. 외식기업 놀부NBG와 본아이에프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 대표들을 만나 해외 영업의 성과와 어려움, 한식세계화 성공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① 놀부NBG 김순진 대표
“온돌방? 외국인들은 불편해해요”
음식·인테리어·서비스도 세계화 필요
정부, 한식에 브랜드 가치 부여 해야
서울 반포 수라온 에 가면 전통 국악공연을 보면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 가야금부터 판소리 가락에 맞춘 춤사위까지 여러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 1층 홀 무대가 잘 보이는 테이블은 외국인들에게 단연 인기다.
식사가 끝난 외국인들은 전통음료를 마시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공연을 즐긴다. 짧은 시간에 한국 전통음식과 문화 공연까지 즐길 수 있어 1석2조다.
‘수라온’을 운영 중인 놀부NBG 김순진 대표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함께 상품화해야 한다 며 수익만 생각했다면 (공연을)절대 하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놀부NBG는 한식세계화를 위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1991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해외 주력 브랜드인 놀부항아리갈비 는 육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 사업도 펼치고 있다. 상해에 500여 평 규모의 수라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다됐지만, 현지 점포 운영의 어려움은 초창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특히 한식조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장기 파견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
“해외 파견 조리사들은 한식 세계화 특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국가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내 외식업체들에겐 해외 사업 인프라가 전무하다. 개별 중소규모 식품업체가 해결해 나가기엔 벅찬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는 “이들이 외국에서 토대를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만 한식세계화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한식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것만 고집해선 안되며 음식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와 서비스도 세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세계화의 조건은 ‘편리성’이다. “온돌방이 좋다고 신발벗고 앉도록 강요하면 외국인들은 불편해 합니다. 그들의 식문화를 존중하고 한식을 편하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 세계화의 첫걸음입니다.”
포크에 익숙한 사람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민족, 찰기가 있는 쌀을 즐기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 이들 각 민족의 특성에 맞춘 세계화 노력이 선행돼야 거부감 없이 한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최근 정부가 한식세계화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김 회장은 “한식을 저급한 음식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부터 바꿔야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한식 브랜드에 가치를 부여하고 고급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② 본아이에프 김철호 대표
“비빔밥, 그들의 입맛에 맞게”
전통성만 고집 말고 ‘현지화’ 시켜야
정부, 이벤트성 아닌 목표 가졌으면
본죽으로 잘 알려진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대표는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미 국내 사업만으로도 성공했던 김 대표가 죽과 비빔밥을 들고 해외 시장에 뛰어든 것은 모험이었다.
해외엔 한인을 대상으로 한 몇몇 한식당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전문식당이나 프랜차이즈가 없었기에 메뉴 현지화부터 홍보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만 했다.
‘롤 모델’도 없었고 정부 지원도 전무했다.
그는 '현지화'가 한식 세계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각 민족별로 식문화와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음식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외로 한식 업계나 전문가들은 정통성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에 나가보니 같은 지역에서 한국인이 하는 불고기집보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불고기집이 더 잘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현지인 입맛에 맞게 최적화된 불고기와 서비스가 주효했기 때문이겠죠. 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 1억여 원의 자체경비까지 들여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비빔밥의 국제적 위상을 살펴보고 맛을 평가 받고 싶었다.
"비빔밥이 해외 항공사 기내식으로 채택되고 유명 해외 스타가 즐겨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 인지도가 꽤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비빔밥을 알고 있는 사람이 2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
그러나 가능성도 발견했다. 비빔밥 시식 행사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특히 불고기 비빔밥과 간장소스의 반응이 제일 좋았다.
비빔밥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외국인들이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한 끼 음식인데다, 영양에선 슬로우푸드와 같은 웰빙식이다. 또 한 그릇에 다양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고, 세계 각 지역별 생산 재료를 넣으면 다양한 특화 비빔밥을 생산할 수 있다.
김 대표가 비빔밥을 한식세계화 대표 메뉴로 여기는 이유다.
본아이에프 는 본죽의 ‘본’과 인터내셔날 프랜차이즈(IF: international Franchise)의 합성어다. 김 대표는 국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세계 시장 진출을 꿈꿨다. 최근 정부가 한식세계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이벤트성 행사만 넘쳐나는 현실에 대해선 개탄했다.
“정부는 큰 그림(목표)을 그려 민간기업이 하기 힘든 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세계 각지 한식당 실태 조사와 국제적인 한식요리학교 설립 등을 우선 추진했으면 합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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