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3년 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4강에 올랐으며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2라운드 진출은 무난, 준결승 진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수준의 전망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야구의 위력은 훨씬 파괴력이 높았다.
그저 아기자기한 기술야구를 추구하는 아시아 야구의 한 부류로 취급했지만 미운드와 타격 모두 훨씬 공격적인 플레이로 중남미의 강호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동안 아시아 야구의 맹주는 일본이었고 일본야구는 한마디로 `스몰볼'이다.
불같은 강속구와 큰 것 한 방을 선호하는 메이저리그 팬들 입장에서는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유인구를 던지는 일본 투수들과 주자만 출루하면 이닝이나 아웃카운트에 별 관계없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는 일본 타자들을 아시아 야구라고 봐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분명히 일본과 다른 야구를 펼치고 있다.
봉중근과 윤석민, 정현욱, 임창용 등 주력 투수들은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첩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가 상대 투수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출루하고 나면 김현수-김태균-이대호-추신수-이범호 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자들이 장타 한 방으로 주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부분이 민첩한 테이블세터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심타자들은 통쾌한 장거리포로 확실한 승기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8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율은 0.255이지만 팀 홈런 10개로 5위, 팀 타점은 47개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3년 전 1회 대회때는 7경기에서 6홈런에 26타점이 고작이었다.
당시 이승엽이 혼자서 5홈런, 10타점을 올린 사실을 감안하면 나머지 타자들의 역할은 사실 미미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최고의 클러치히터로 떠오른 김태균이 타율 0.385에 3홈런, 11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에 나선 것을 비롯해 이범호(3홈런.6타점), 이진영(1홈런,7타점) 김현수(타율 0.400, 4타점) 등이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
역대 최강팀을 구성했다는 일본이 팀 전체 4홈런, 29타점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도 한국 방망이의 파워가 훨씬 돋보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한국야구를 접해 본 상대팀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한국야구가 `스몰볼'이라는 것은 착각이었으며 한국은 파워까지 갖춘 대단한 팀이라고 입을 모은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했던 데이비 존슨 미국 감독은 한국이 일본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하더라. 한국야구는 스피드에 파워까지 갖춘 팀"이라고 전했다.
사실 한국야구가 이번 대회에서 이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은 김인식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도 한몫을 했다.
`수비가 강한 팀이 결국엔 이긴다'는 스포츠계의 금언처럼 야구 역시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단기전에서는 수비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뒤 경기 후반 대타 등을 기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작전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 뒤 경기 후반 리드를 잡으면 고영민이나 이종욱 등을 대수비요원이나 대주자 등으로 활용하며 굳히기 전법을 쓰고 있다.
지난 8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1차전에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인해 3루수로 기용된 이대호 때문에 낭패를 보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감독의 전반적인 선발 라인업 구성과 대수비, 대주자, 대타 교체 용병술은 정말 신들린 것 처럼 맞아 떨어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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