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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본 한중일 음식문화

입력 : 2008-06-15 16:22:34 수정 : 2008-06-15 16: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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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민족마다 지리적, 문화적 특징에 따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거리에 차이가 나므로 음식을 먹는 방법이 다르다. 

크게 음식을 손으로 집어서 먹는 수식문화,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이용하는 수저문화, 그리고 나이프, 포크, 스푼을 쓰는 문화 등 세가지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다. 

동남아 수식문화권의 ‘인디카’라는 벼 품종은 찰지지 않아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어 손으로 꼭꼭 뭉쳐 먹어야 하므로 손을 사용하며, 육류를 즐겨 먹는 유럽에서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유교문화권이 수저를 사용하는 수저식 문화권에 속한다. 중국에서도 기원전 10~6세기 ‘시경’에 이미 숟가락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젓가락은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야 기록에 등장한다. 

은대에 이미 청동제 젓가락이 사용됐다고 하니 그들의 젓가락 역사는 3000년도 넘는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나타난 것은 벼농사 전래이후의 일이라고 하니 1800년쯤 되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늦어 1400년 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원전 3세기경 유적지에서 숟가락이 출토되었고, 헤이안 시대까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했다. 

현재는 차를 끓일 때 엽차를 뜨는 목적 정도만 사용된다. 즉, 밥을 떠 먹는 것에 있어서, 한층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젓가락보다 넓적한 숟가락이 더 원초적 도구이며 역사가 더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차츰 더 진보된 젓가락쪽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나라는 음식문화의 특성상 숟가락이 계속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세 나라는 젓가락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생활의 특성에 따라 사뭇 다른 현상을 발견 할 수 있다. 

중국은 튀김음식을 각자 덜어 먹기 때문에 젓가락이 길고 뽀죽하다. 젓가락과 함께 국자형 미니스푼을 사용하는데, 스푼의 재질은 대개 자기로 만들고, 스프를 먹는 데에만 쓰이고 있다. 

젓가락은 대나무나 동물의 뼈, 칠보 등으로 만들어지며 화려한 편이다. 길이는 25cm쯤. 

일본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아 식사하기 편하게 뭉뚝하고 짧은 모양이며, 대개 나무로 만든 것이라 소박하다. 

생선요리가 많다보니 집는 일보다는 찌르고 자르는 일이 많아 위아래의 굵기의 차이가 크다. 숟가락을 쓰지 않아 ‘미소시루’같은 된장국을 먹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국그릇을 들고 마셔야한다. 

우리음식은 기본적으로 밥과 국으로 되어있어 국물을 밥과 함께 뜨려면 숟가락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목제식기를 많이 쓰는데 비해 우리는 은이나 놋쇠 등 금속 재질의 밥그릇을 사용하였으므로 뜨거운 식기를 손으로 들기가 어려우며, 일본에서는 비교적 차진 성분이 많은 쌀을 먹어 왔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밥을 뜨기가 더 편하다고 한다. 

중국 일본의 나무젓가락과는 달리 쇠젓가락을 사용해 음식을 집는데 힘이 정확히 전달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알맞게 찢고 자르고 모으고 흐물흐물한 묵도 집어 올릴 수 있다.

젓가락 사용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젓가락은 포크 사용의 두 배가 넘는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의 근육이 함께 작동 해 지능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젓가락이 집중력과 근육조절능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EQ(감성지수)도 높여준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음식 문화는 젓가락 사용을 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요소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여러 명이 함께 음식을 놓고 먹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 음식을 차지해야 했고, 종류도 다양하고 재질도 특이하여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집을 수 없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찢기도 하고 깻잎절임을 한 장씩 떼는 묘기도 구사하며, 도토리묵도 힘과 정확도를 구사하며 집어먹을 수 있는 기술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또한 탕 문화가 보편화되어 필요에 따라 숟가락도 함께 사용하여야 하므로 손의 움직임과 빈도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치열함, 정확성, 섬세함 등이 젓가락을 통해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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