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용 특혜 논란
개인 명의 땅 못 팔 법적 근거 없어
사후에는 자녀 등 상속·증여 가능
‘경호시설 결합’ 처분 불가 근거는
경호원 거주하는 한 못 판다는 뜻
농지전용 불법 의혹은 사실 아냐
누구나 신청 가능… 승인만 어려워
9개월 만에 허가는 특혜 소지 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농지전용 특혜 의혹에 대해 작심하고 쏟아낸 발언이다. 앞서 한 언론은 “양산시가 문 대통령 부부 소유 농지에 대해 농지전용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농지전용은 농지를 주택지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농지전용 허가를 받으면 땅값이 오른다. 문 대통령은 사저에 대해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고 못 박으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문 대통령 발언의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해 봤다.
1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저를 처분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이번에 농지전용 특혜 논란이 불거진 땅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1844.9㎡·558평)다. 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부지를 매입했다. 이 중 363-4번지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 명의의 땅을 팔지 못할 법적 근거는 없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근거법의 문젠데 근거법이 없다고 하면 당연히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처분 불가 근거로 든 “경호 시설과 결합된다”고 말한 건 전직 대통령 경호 관련 규정인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 제4조1항3호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엔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경호한다고 명시해 놨다. 경호인력이 거주하는 한 땅을 팔 수 없지 않으냐는 도의적 차원의 말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사저는 2017년 재단법인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으로 증여가 완료됐다. 문 대통령 사저도 문 대통령 부부가 사망한 뒤엔 자녀 등에게 상속·증여할 수 있다.

보수진영과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농지전용 불법’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농지를 전용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하려면 △전용목적 △시설물 배치도 △자금 조달방안 △시설물 관리·운영 계획 등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고 승인도 쉽지 않다. 문 대통령 부부가 9개월 만에 농지전용 허가를 받은 것은 특혜로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농지전용 허가를 받는 데 오래 걸리는 분도 있고 짧게 걸리는 분도 있다”며 “보통 짧게 걸리면 운이 좋거나 ‘빽’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지산리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영농경력을 11년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국민의힘 등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상 영농경력이 없어도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려는 자는 농업경영계획서를 내면 농지 취득이 가능하다. 또 현행법이 영농을 명확히 정의해놓지 않은 탓에 텃밭을 가꾼 것도 영농으로 볼 수 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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