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공론화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주최한 LH 투기 의혹 관련 토론회에서 투기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와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변은 특히 “더 이상 공직자의 투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직자 투기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강훈 변호사는 11일 민변 주최로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의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신도시를 건설할 때마다 공직자들의 사전 투기가 문제 된다는 건 현행 제도들이 투기 행위를 충분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투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강하지만 실제 이를 처벌하는 규정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기에 연루된 공직자의 형사처벌 규정을 보완하도록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행법상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 등을 활용해 투기한 뒤 수억∼수십억원을 벌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는 △미공개 중요정보의 제3자 제공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게 된 자의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신고 및 검증 시스템 구축 △처벌 규정 강화 등의 법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자기 또는 배우자·자녀·직계존비속의 계산으로 거래하거나 거래하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5배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야 한다”면서 문제의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클수록 걸맞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공주택특별법 제9조에서 정하는 누설 금지 대상 정보의 범위를 현행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보다 확대해 처벌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투기 행위자들이 투기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을 방치하고는 청년들에게 주택 취득 기회의 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투기이익 몰수·추징 제도 도입도 강조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박현근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시대적 사명은 투기와의 단절”이라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감수해야 하며 책임이 두렵다고 피해서도 안 된다”고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면 이번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1~2기 신도시 때도 투기 가담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데엔 뜨거웠지만, 제도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행정부가 노력하고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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