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큐블러 박사는 고민에 빠졌다. 뇌사에 빠진 여성은 다시 눈뜰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뱃속의 아기. 태아를 살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안제이 박사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안제이 박사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종합병원 마취전문의인 안제이 박사는 아기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눈 감은 여성도 뱃속 아기만은 의사들이 살려주길 바랄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은 임신 17주가 되었을 무렵 뇌사에 빠졌다. 그는 뇌종양 환자다. 정확한 병명은 전해지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여성은 뱃속에 아기를 품은 채 병원에 실려 왔고, 의사들이 손 쓸 틈도 없이 뇌사상태가 됐다.
결과적으로 안제이 박사의 판단은 옳았다.
집중치료실에 뉘인지 55일이 지났을 때, 의료진은 제왕절개수술로 아기에게 세상빛을 선사했다. 다행이었다. 의료진이 성급하게 여성의 생명유지장치를 껐다면 뱃속 아기는 엄마를 따라 죽었을 게 분명했다.

태어나긴 했지만 아기의 몸 상태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1월9일에 태어난 아기는 조산으로 몸무게가 2.2파운드(약 0.9kg)에 불과했다. 다행히 영양분 투입으로 체중을 6.6파운드(약 3kg)까지 불린 아기는 최근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아기의 이름은 워이투스로 알려졌다.
안제이 박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누군가를 이토록 오랫동안 지켜본 적은 없었다”며 “제왕절개수술 최적기를 기다리는 동안 튜브를 통한 영양분 공급으로 산모의 몸 상태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폴란드 현지 매체들은 아기의 사연을 ‘기적’이라고 일컬었다. 안제이 박사와 그의 연구팀을 향해서도 온갖 칭찬이 쏟아졌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이번 사례는 폴란드에서는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는 16번째”라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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