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이티 한인 탈출기.."긴장의 연속"

입력 : 2010-01-15 09:49:31 수정 : 2010-01-15 09:49: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공포 속 차량서 나오지도 못해"
아이티 교민 2차 탈출 예정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카르프 지역에서 발전설비를 점검하던 김성경(27)씨는 강진이 발생한 12일(이하 현지시간)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본사를 둔 발전업체 ESD의 직원인 김씨는 1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강진이 아이티를 덮친 순간 발전소 사무실에 있었다며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밖으로 나올 엄두를 못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5년째 도미니카 본사에서 일하다 강진 이틀 전에 아이티에 들어왔다.

그는 "최초 지진 후 수차례 진동이 계속됐다. 너무 두려워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면서 "(아이티) 도착 이틀 만에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발전소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료 걱정이 앞섰다.

"발전소를 나와보니 현지인들이 집에서 뛰쳐나오고, 모두가 놀라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도망 다니고 있었습니다."

김씨는 진동이 멈추자 먼저 동료를 수소문했고 다행히 자신까지 6명 전원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어떻게 행동할지 의논한 끝에 폭동이 일 것 같기도 하고 상황이 심각해질 것 같아 다음날(13일) 아침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해 하늘길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김씨 일행은 강진 후 모든 주유소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휘발유를 구할 수 없어서 디젤 여유분과 함께 회사 차량을 몰았다.

포르토프랭스 거리는 "이리저리 방황하는 사람들과 버려진 차량"으로 통행이 거의 불가능했으며 '이쪽 주유소가 폭발할 것 같다', '건너편 가스시설이 터질 것 같다'는 얘기에 한참을 헤맸다.

"차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혹시나 테러를 당할까 에어컨까지 끄고 숨을 죽였습니다."

김씨 일행은 결국 차량을 두고 2대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다른 교민들과 합류, 모두 17명이 따로 마련한 도미니카행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일행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된 가운데 구조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영상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넋을 놓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뿐이었다.

김씨는 "평소 아이티에서 한국인에 대한 감정은 좋았고 별다른 마찰도 없었다"면서도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현지에서 폭동이나 테러 같은 일이 안 벌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13일 도미니카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 그는 "수년 전에도 전기공급 문제로 소규모 폭동이 있었다고 들었다. 총으로 (발전소) 벽을 난사하는 등 살벌했다고 한다"며 "나올 때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이렇게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4일 오후 아이티에 남아 있던 교민들이 대부분 도미나카로 나올 것 같다"면서 정확한 2차 탈출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다미 '완벽한 비율'
  • 김다미 '완벽한 비율'
  • 조보아 '반가운 손인사'
  • 트리플에스 김유연 '심쿵'
  • 트리플에스 윤서연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