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아이티의 피해가 더욱 극심했다고 전했다. 또 지진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지진 발생을 경고했지만 아이티는 재난대비시스템이 없어 미리 알았더라도 피해를 줄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에 따르면 2008년 3월 미 텍사스대학 지구물리학연구소의 폴 맨 선임연구원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카리브해 지질학콘퍼런스에서 “아이티·도미니카가 위치한 히스파니올라 섬에 대규모 지진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2004년에도 같은 경고를 했던 그는 “아이티는 북아메리카 판과 카리브 판이 만나는 엔리퀼로-플랜테인 가든 단층선 위에 위치해 있다”며 “이 판들이 엇갈려 접근하면서 서로 강하게 밀치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지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판은 1946년과 1984년 서로 충돌해 아이티와 인접한 도미니카공화국 등지에서 규모 6.7과 8.1의 강진을 일으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여기에 지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고, 깊이도 지표면에서 10㎞ 밖에 되지 않아 충격이 거의 흡수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열악한 지진대비 시스템도 한몫했다. 200여년간 큰 지진이 없던 아이티엔 지진에 대비한 건물이 없었고,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재난구조 기관은 소방서 2곳에 불과했다.
한편 이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진 위험에 가장 취약한 세계 주요 도시들(그래픽 참조)을 선정하고 이 중 네팔 카트만두와 터키 이스탄불, 인도 델리 등이 아이티 못지않은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라고 경고했다.
조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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