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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마트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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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4 22:48:52 수정 : 2025-05-14 22: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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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은 노인들에게 불친절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 중인 문화센터는 스마트폰이나 PC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만 등록이 가능하다. 카페나 음식점의 키오스크(무인단말기)는 어떤가. 항공편이나 열차 예약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겐 넘긴 힘든 장벽이다. 마냥 방구석을 맴돌아야 할 지경이다. 일상을 살기 위해 노인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를 정책 입안자들은 알기 힘들다. 그들이 아직 늙어보지 않아서다.

최근 챗GPT를 비롯한 ‘감성형·대화형’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이를 통해 위로받고 외로움을 달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AI는 단순한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정서적 유대감까지 제공, 2030세대나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고민이나 속내를 털어놓으면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까지 참느라 고생했어요” 같은 반응을 보이는 AI에게 사람보다 더한 친근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밖에. AI가 일상의 말벗이 된 시대가 됐지만 여기서도 노인들은 소외되기 일쑤다.

이런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는 정책 중 하나가 ‘스마트 경로당’이다. 노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학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추진 중인 스마트 경로당 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국 경로당(약 6만9000개) 중 5% 정도에 설치됐다. 원격 화상시스템과 키오스크를 설치해 노인들에게 다양한 디지털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따분하다는 경로당의 고정관념을 벗고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별로 개별 추진되다 보니 업체와 장비가 제각각이다. 서비스에 일관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불친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과 콘텐츠 부족으로 활용도도 떨어진다. 정착되기는커녕 예산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해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대한노인회 정보화 사업단 중심의 표준모델 정립과 건강·진료·여가·일자리 정보 등 실효성 있는 콘텐츠 구성이 시급하다. 대선 국면에 ‘노인들을 위한 나라’도 선거용 슬로건으로 삼을 법하지 않겠나.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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