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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식수 턱없이 부족… 도로 곳곳서 부상자들 신음”

입력 : 2010-01-15 09:15:59 수정 : 2010-01-15 09: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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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지원단 이선희 소령이 전한 참사 현장
“2층 이상 건물 와르르… 통신 두절 융단 폭격 받은 전쟁터 방불 참혹”
“마치 융단 폭격을 받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참혹한 모습입니다. 대통령궁의 돔 중앙은 폭삭 주저 앉았고 이곳에서 가장 큰 호텔인 몬타로 호텔은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 일원으로 아이티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 군인 이선희(43·여군35기·사진) 소령이 14일 오후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소통 수단인 유엔지원단의 위성전화를 통해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참사 상황을 전했다.

“2층 이상 건물은 남아 있는 것들이 거의 없고 도로는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로 차량이 다닐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다 대부분 통신 수단은 불통되고 구조인력 부족으로 부상자들 상당수가 도로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강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통화 내내 이 소령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소령은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지만 식량과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소령에 따르면 이날 아이티 수도에는 소규모 슈퍼마켓 몇 곳이 문을 열었지만 식료품 구입은 여전히 어렵고 식수 부족으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학생들의 긴 행렬과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는 소형 차량들이 건물들 잔해를 뚫고 곡예를 하듯 위태롭게 병원을 오가고 있다.

중국 구조팀 60명을 비롯해 각국 구호팀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고 유엔평화유지군도 구호작업에 동참했지만 여전히 혼돈스럽다.

이 소령은 이날 오전 유엔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소나피 공단을 찾아 교민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소나피 공단은 봉제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한국교민은 66명이 거주하고 있다.

소나피 공단을 감싸고 있는 벽돌 담장은 무너져 내려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군데군데 사무실로 사용하거나 창고로 이용됐던 컨테이너들도 휴지조각처럼 찢겨져 있었다.

강진이 발생한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4시55분쯤 이 소령은 유엔지원단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 바람이 조금 강한 날이었다.

그는 “지붕에 큰 돌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지는 것과 같은 굉음이 들렸고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면서 “사무실 냉온수기와 책상까지 다 넘어질 정도로 진동이 컸다”고 지진 발생 순간을 전했다. 진동은 30여분 정도 계속됐으며, 이후에도 여진이 20 차례나 더 있었고 지금도 조금씩 건물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령은 육군에서 군수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11월 1년 임기로 유엔평화유지군 군수담당 장교로 아이티에 파견됐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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