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하루 사이에 어떻게 1만3천원이나 뛰어? 무섭다 무서워."
9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3가의 한 귀금속 도매상. 매장 안쪽 입구 위에 걸린 금(金)시세 전광판에 이날의 도매가와 소매가가 빨간불로 뜨자,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광판에 뜬 이날의 시세는 순금(24K) 한 돈(3.75g) 도매가(價)가 17만2천700원, 소매가 18만9천원이었다. 18K와 14K의 소매가는 각각 17만2천원과 15만5천원.
이 매장에 입점해 있는 7-8개 점포의 상인들은 하루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바닥을 청소하고 진열대에 놓인 귀금속들을 닦다가 전광판에 뜬 금 시세를 보고는 한동안 일손을 멈췄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장사를 해먹겠나, 오늘도 글렀구만"
상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순금 도매가격(이하 3.75g 기준)은 4일 13만8천원선이던 것이 7일 15만3천원선으로 훌쩍 뛰었으며 8일 15만9천원, 이날 17만2천700원으로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5일 동안 `자고 나면' 1만원씩 뛴 셈이어서 상인들은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금값이 뛰는 것이냐고 묻자 이 매장 내에서 `아이비주얼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정정규(53) 씨는 "환율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경제 불안으로 금이 변치않는 자산으로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금시세는 최근 며칠간 안정세로 접어들어 7일 온스당 887달러, 8일 906달러, 이날 902달러로 하루 오름폭은 10달러 내외인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상인들은 금을 수입해서 팔기 때문에 환율 급등이 가격상승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정 씨는 설명했다.
그날 그날의 국내 금시세는 도매업자들이 금 수입업체들로부터 매입한 가격에 부가세를 더하고 마진을 붙여 결정하는 구조인데, 환율이 연일 급등하다보니 수입가격 자체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금값이 이렇게 오르다보니 거래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정 씨는 "금값이 이렇게 비싼데 누가 금을 사려고 하겠냐"며 "비싸도 너무 비싸서 요 며칠 사이 수요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그나마 팔려는 사람만 간혹 있다는 것이다.
가을이라 그래도 결혼 예물 수요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예물도 요즘은 비싸다고 순금으로 안 하고 14K에 보석류를 조합해 간단하게 하는 추세라 수요가 많지 않다"고 푸념했다. 작년만 해도 신부 예물로 목걸이.귀고리.반지 세트로 80만-120만원 가량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반지만 달랑 하거나 세트도 더 저렴하게 70만-100만원대로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마진도 훨씬 줄었다고 했다.
반면 이 와중에 매장 임대료는 그대로이거나 더 올라 영업이익이 나빠지면서 최근 이 일대에는 점포를 정리한 곳도 많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상인들 말마따나 이날 10시께 영업을 시작한 이 매장에서는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간혹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도 상품을 둘러보고 가격을 물은 뒤 대부분 나가버렸다. 다른 매장들도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한 귀금속 도매상점에 들른 박모(36.여) 씨는 "이번 주말 친구 아기의 돌잔치가 있어 돌반지를 선물할까 하고 와봤는데 가격이 20만원 가까이 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며 "비싸도 너무 비싸 반지는 포기하고 옷이나 장난감으로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보러왔다는 이모(31.여) 씨 역시 "현재 계획한 결혼 자금으로는 18K 세트도 힘들 것 같다"며 "환율 급등으로 금값이 올랐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결혼 시즌에 이렇게 올랐는지..정말 속상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매상들이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소매상들은 사정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국에 1만여개의 귀금속 소매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회원 업주들이 요즘 거의 `손 놓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꼭 필요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금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또 그동안 상당 기간 높은 시세가 계속돼온 상황이어서 일반인들 중에서도 금을 팔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아치워 현재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금값이 치솟고 있어 귀금속 상인들 모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종로에서 만난 한 귀금속 점포 상인은 "기사에 정부가 환율 좀 잡아달라고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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