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금리 인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7일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자금을 대출키로 한 데 이어 8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중시하던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연방기금 금리가 연 1.5%로 내려감에 따라 미국이 곧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융 당국은 금융위기 해소를 이유로 민간 시장 직접개입의 폭과 깊이를 확대했지만, 투자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FRB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리 인하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금리를 낮추면 기업이나 개인의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경제가 다시 돌아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FRB의 판단이다. 게다가 에너지 가격이 7월에 최고로 오른 이후 뚜렷한 하향세를 보여 금리 인하 쪽으로 기조를 바꿀 여지가 생겼다. FRB는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금리 인하에 대해 협의해왔다.
역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유럽 중앙은행(ECB)은 “이번 조치는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미국 등과 협의를 거쳤다”며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이날 다시 기준금리를 연 6.93%로 0.27%포인트 내렸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하 동참을 일단 미뤘지만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하려는 각국의 금리인하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증시는 3∼4%의 낙폭을 보이며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각국이 공조해 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추가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며 “금리인하 만으로는 현재의 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말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회의를 갖고,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에 맞설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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