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책 이후 잠잠해질 줄 알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거래는 많지 않지만, 일부 단지는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거나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매도·매수자 간 팽팽한 ‘기 싸움’ 속에서도 호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전용 73㎡는 지난달 3일 36억5000만원(1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직전거래인 6월 27일에 거래된 계약(34억) 대비 2억5000만원이 뛴 것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4% 올라 직전주(0.12%) 대비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됐다. 6·27 대책 발표 이후 5주 연속 둔화세를 보이던 상승률이 6주 만에 반등한 셈이다. 강남구(0.15%), 성동구(0.33%), 광진구(0.24%), 용산구(0.22%), 마포구(0.14%), 강동구(0.14%) 등 ‘한강 벨트’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강동구 성내동 올림픽파크한양수자인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15일 16억원(1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6·27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이 막혀도 연내 이주 계획 때문에 거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왕십리자이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9일 16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는 대책 발표 이후 상승 폭이 6주 연속 줄었지만, 고가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 59㎡는 지난달 11일 3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거래는 29억원으로 3억3000만원이 뛴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는 “저층은 저렴하고 중·고층은 비싸게 거래된다”며 “여전히 ‘크고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하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초강력 대출 규제에도 공급 부족과 통화량 확대 기대가 맞물리면서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며 “급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실수요자의 매수가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가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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