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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관세수입 3500조원 배 불렸지만… 동맹 신뢰 약화 우려 [美, 관세 부과 ‘득과 실’]

입력 : 2025-08-08 06:00:00 수정 : 2025-08-07 23:28:56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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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국 상대로 10~50% 관세 부과
中과는 유예기간 두고 협상 이어가
브라질·러 등엔 정치·외교 압박 활용

韓·日·EU 대미 투자로 ‘부의 증대’ 전망
생산기지 옮겨 고용 증가 기회도 커져
관세로 제품 가격 올라 부작용 지적도

美 내서도 “일종의 글로벌 강탈” 혹평
獨·佛, 벌써부터 美 안보 의존도 낮춰
中, 신뢰 약화 틈타 영향력 강화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을 때 ‘블러핑(허세)’이라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설령 관세를 높인다고 해도 동맹국, 우호국은 피해갈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식 관세정책은 허세가 아니었고, 전통적인 미국과의 관계에 바탕한 기대는 어림도 없는 것이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를 시작으로 휘몰아친 미국과 세계 각국, 경제주체 간 관세 협상은 일부 국가와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지난 7일(현지시간)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다. 관세 전쟁을 주도한 미국도, 미국의 압력에 못 견뎌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을 맺은 각국도 향후 전개될 경제적 파급, 국제질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고 차트를 동원해 무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개별 상호관세를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강탈’ 트럼프발 관세전쟁

6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교역국을 상대로 10%에서 많게는 50% 이상의 상호 관세율을 정하고 7일 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과 우호국가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지난 4월2일에는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상호관세율을 통보했다.

관세 집행 유예 종료를 앞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동맹국은 대규모 투자 등을 조건으로 통보된 것보다 낮은 15% 관세율을 적용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1000억달러(139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에 합의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미국 내 투자 5500억달러(762조원)를 약속했다. EU도 7500억달러(1040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832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맹이 적국보다 더 미국을 갈취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듯 미국의 관세 정책은 동맹국에 가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 수익의 90%를 자국민에게 돌리겠다고, 투자금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일본의 경우 합의 당시 공표된 바와 같이 15% 관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품별로 매겨지던 기존관세에 추가되는 것으로 미국 정부가 공지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추진과정에서 두드러진 예측불가능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의 협상이다. 두 나라는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듯 100% 넘은 관세를 서로에게 부과하겠다고 하다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28∼29일에는 추가로 90일간 관세휴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에 대해서는 정치·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협상이 보다 복잡하다. 브라질의 경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두고 브라질 정부가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0% 상호관세에 40%의 별도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자신과 가까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보호를 위해 관세를 내정간섭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진배없다. 러시아에 대한 관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정해진 휴전 시한 내에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알린 품목별 관세가 어떻게 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 초기에 못 박은 철강, 구리,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 50%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지난 5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의약품 관세에 대해 “처음엔 약간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 반 뒤에는 150%로, 이후에는 250%로 올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방적이며, 명확한 기준도 찾기 어려운 관세 부과와 이어진 각국 정부와의 협상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강하다. 대니얼 에임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사업가 시절에 답습한 협상전력을 무역협상에서 활용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일종의 ‘글로벌 강탈’”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항구 에버그린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배는 불렸지만… 미 경제도 타격 우려

상대국 입장에서야 곤혹스럽기 그지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어쨌든 천문학적인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길을 텄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직접적인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각국이 약속한 투자나 상품 구입, 시장 개방은 현실성, 내용 등을 두고 미국과 당사국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 상당한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최근 예일대 연구진은 미국이 현재 시행 중인 관세들을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2조7000억달러(3500조원)의 추가 세수를 안겨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과 일본, EU 등의 투자금도 ‘부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통해) 문자 그대로 몇 조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공언하는 근거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기회도 커지고 있다. 스티븐 리치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0%의 보편 관세는 사실상 소비세 인상과 같아서 올 하반기 미국 GDP를 0.5%포인트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고율의 관세로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내 가구·가전 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1.3%포인트 올라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레저용품과 차량 및 의류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향후 물가상승률이 추가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증가를 감내하고 있지만 일부는 곧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소비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관세 전쟁 여파로 공급망 교란이 발생되고 기업의 실적과 투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상 훼손 미국, 틈새 파고드는 중국

동맹국, 우호국을 가리지 않은 관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EU의 관세 협정에 실망한 독일과 프랑스는 벌써부터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다변화로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로 유명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역시 미국의 고율 관세 통보를 받은 이후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에 거슬리면 보복하듯이 올리는 관세 정책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 대학교 석좌교수는 미국이 동맹국을 다룬 방식을 두고 “가혹한 관세 압박을 가해 기존 체제 내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패권 경쟁국 중국이다. 실제 관세 전쟁 와중에 미국에서 중국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늘고 있다. 15~30%의 상호관세를 맞은 아프리카가 대표적이다.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이들에게 가장 유력한 대안은 중국이다. 그웨데 만타셰 남아프리카공화국 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는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CNN은 “아프리카가 트럼프 관세란 현실에 적응하면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아프리카와 오래 교류해 온 중국은 이들 국가에 생명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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