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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저항과 절규를 대하는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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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3 22:39:42 수정 : 2020-10-23 2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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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

19세기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근대시민사회를 만든 혁명의 정신이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낭만주의는 예술적 자유를 강조했고 그것이 천재의 특권이 아니라 재능 있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예술법칙 대신 개성적 표현을 강조했으며 격동하는 현실과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적 흐름도 담아내려 했다.

낭만주의 회화의 이론과 방법을 정립한 화가는 외젠 들라크루아였다. 그는 미술작품의 창작에는 눈보다 마음이나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확한 사실보다 대상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며 아름다움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느낌에 따라 선택한 방법에 의해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절제된 형식보다 구성 요소들이 대비되는 극적인 효과도 강조했다.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 어디서도 절제된 형식이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선들은 거친 파도와 휘감기는 소용돌이 같은 인상을 준다. 색조도 다채롭게 구성되어 복잡하고 끔찍한 상황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들라크루아가 선과 색 자체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낭만주의적 생각을 나타냈다.

내용은 기원전 7세기경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위력을 떨친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아슈르바니팔에 대한 이야기다. 사르다나팔로스는 아슈르바니팔의 그리스식 이름인데, 그는 처음에는 학문과 문화에 관심을 보여 그 지역에서 유일한 도서관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나약하고 게으르며 방탕한 기질을 보이면서 민심이 떠났고, 반란군에 의해 멸망당했다.

곧 정복당할 운명에 처한 사르다나팔로스가 자신의 보물과 애첩들을 쌓아 놓고 불태우려 하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주변 사람과 애첩들, 심지어 말까지 격렬하게 저항하며 절규하고 있다. 어지럽게 퍼진 움직임과 흐트러진 자세가 강한 명암대비와 만나면서 비극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코끼리 머리로 장식된 침대 위의 사르다나팔로스의 표정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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