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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과정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왜?

입력 : 2019-07-25 10:10:37 수정 : 2019-07-25 10: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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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과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한글 창제의 주역을 세종대왕이 아닌 승려 신미로 다루고 있어 창작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글창제, 신미가 주도한 것처럼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세종이 승려 신미와 비밀리에 한글을 창제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동안 한글은 세종이 눈병에 시달려가며 직접 창제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이었다. 초·중·고 역사 교과서도 ‘세종 친제설’을 반영해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신미가 세종의 조력자 수준을 넘어 한글을 주도적으로 창제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를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영화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이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한 것은 1443년인데, 신미가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1446년으로 기재돼 있다. 기록으로 봤을 때 영화가 묘사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이다. 

 

이런 논란을 사전에 의식한 듯 영화는 상영 전 자막을 통해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전제했다. 조철현 감독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자막을 넣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며 “그 이후 많은 책과 논문, 동영상 등 신미의 행적을 찾아 탐방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영화관. 연합뉴스

 

◆“역사 왜곡” vs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훈민정음을 신미 스님이 다 만든 것처럼 표현돼 있다. 온전한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생길까 염려된다”며 영화가 수용할 수 있는 창작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영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경우도 상당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번지면서, 일부 영화 정보 사이트에서는 나랏말싸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평점을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으로 주는 ‘평점 테러’가 이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나랏말싸미 개봉을 앞두고 관련 영상을 강의로 찍어 올린 한국사 강사 이다지씨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는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나랏말싸미’ 홍보 영상 갈무리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한글 창제 과정에서 신미 대사가 관여했다는 것은 극소수의 주장에 불과하다”면서도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과 같을 수는 없으므로, 대중이 사전에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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