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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에 골머리···흉기 난동·아버지가 살해하기도

입력 : 2019-06-03 15:24:42 수정 : 2019-06-03 15: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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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 현장. 도쿄=연합뉴스

일본에서 중장년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은둔형 외톨이)’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 피해자가 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등굣길 학생들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난동을 부리고,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아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살해한 전직 차관 사연이 잇따라 충격을 줬다. 일본에서만 히키코모리가 61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등굣길 초등생 상대로 흉기난동…히키코모리 성향으로 알려져

 

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주택가에서 등굣길 초등학생 등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부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51)씨는 히키코모리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으며, 초등학생 1명과 3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쳐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의 히키코모리는 장기간 집에 박혀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와사키씨는 부모가 이혼하고 어린 시절 삼촌 부부 밑에서 자랐으며, 장기간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삼촌 부부는 시 당국과 과거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인력을 집에 들일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히키코모리 성향의 이와사키 씨가 반대할까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사키씨 집에서 대량 살인 사건을 다룬 잡지 2권을 발견한 경찰은 그가 방에 틀어박혀 이러한 잡지를 읽으면서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히키코모리 성향 아들이 피해줄 지도 모른다 생각”

 

앞서 2일 40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일본 전직 차관은 히키코모리 성향의 아들이 가와사키 사건처럼 그가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차관급)을 지낸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76)씨는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자택에서 장남 에이이치로(英一郞·44)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구마자와씨는 경찰에서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정 내 폭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3일 조사에서 그는 가와사키 집단 살상사건을 언급한 뒤, “장남도 (이와사키씨처럼)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며 아들이 화를 내자 구마자와 씨가 “주위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꾸짖으면서 싸움으로 이어진 탓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도 제대로 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면서 20~30대였던 히키코모리 청년은 이제 40~50대의 중장년이 됐다. 일본 내각부 최근 조사에 따르면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총 61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보호자 역할을 하던 부모가 노인이 되면서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부모·자녀 모두의 기본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히키코모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히키코모리 경험자와 당사자의 발언을 전하는 언론 매체 ‘히키 포스’ 편집장은 지난달 30일 현지 인터넷 사이트에 “세상이 히키코모리에 대해 무차별 살인범 예비군 같은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서도 ‘은둔형 외톨이’ 법률 발의…없던 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은둔형 외톨이’를 법률로써 규정해 현황·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수용 곤란 의사를 내비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당시 윤 의원 등은 “현행법은 정신질환자의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규정하지만, 은둔형 외톨이 현황·실태 파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미흡한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내놓은 개정안은 △은둔형 외톨이를 법률로 정의 △정신질환 실태조사 시 은둔형 외톨이 현황 및 실태 파악 동시 진행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 규정의 동일한 적용 등을 포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정책 사각 지대에 방치된 은둔형 외톨이 문제 파악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은둔형 외톨이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라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법률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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