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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에어컨 전기요금은 아깝고, 카페 커피값은 안아깝니?

입력 : 2018-08-06 05:00:00 수정 : 2018-08-05 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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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런 날씨에 에어컨 안 틀면 정말 죽을 것 같다"며 "봄, 가을은 모르겠는데 여름과 겨울철엔 누진제를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추운 건 옷 껴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에어컨 외엔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6~8월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라는데 집에 오면 찜통인데 무슨 저녁 있는 삶이냐. 지친 몸 전기세 걱정 안 하고 쉴 수 있게끔 해달라"고 촉구했다.

C씨는 "이것저것 생각 말고 다른 걸 줄여서라도 그냥 에어컨 틀고 살라"며 "에어컨 산 이유가 전기요금 더 나와도 시원하게 살아보겠다는 건데, 장식용도 아니고 이게 뭐냐. 기껏해봐야 두 달이고 정말 길어야 세 달"이라고 말했다.

D씨는 "2016년 말 누진제 개편돼 전기요금 그래도 전보단 줄어들었다"며 "작년 여름 거의 종일 에어컨 틀고도 생각했던 것보다 전기요금 적게 나와 오히려 당황했다"고 밝혔다.

E씨는 "전기요금 무섭다고 이렇게 더운데 안 틀고 버티는 게 용하다"며 "1년에 에어컨 트는 날 며칠이나 되겠냐. 그때만큼은 안 아끼고 트는 대신 테이크아웃 커피를 줄이겠다"고 전했다.

F씨는 "겨울철 난방비로 10만~20만원 내는 건 당연한 것처럼 말하면서, 여름철 에어컨 틀고 전기요금 10만원 넘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이들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G씨는 "새벽 1시에 에어컨 안 틀고 잤는데 정말 더워 죽는 줄 알았다"며 "에어컨 키고 자는데 전기요금 많이 나올까봐 잠을 더 못 잔다. 더워도 문제, 시원해도 문제"라고 푸념했다.

H씨는 "에어컨 설정온도 26도 정도로 하고, 선풍기로 찬공기 순환시키면 생각보다 상당히 쾌적하다"며 "2명이 카페 가서 커피 마실 돈으로 에어컨 튼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전기요금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도 재난 수준의 폭염에 서민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누진제 자체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에 대한 '제한적 특별배려'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업부는 이를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현 제도를 보완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에 여름철 최대 2만원까지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별다른 지원정책이 없다.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은 심도 있는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폭염에 대한 즉흥 처방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말 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제를 현행 3단계 3배수로 개편했는데, 개편이 전력수급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진제를 풀면 전력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평소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개편 때는 1단계(kWh당 60.7원)와 2단계(kWh당 125.9원)를 통합하면서 두 구간의 평균 요금을 적용했다.

개편 전에 월 100kWh 이하를 사용해 kWh당 60.7원을 내던 1구간 소비자가 개편 이후 kWh당 93.3원으로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현 3단계의 누진제 구간을 줄이거나 없앨 경우 저소득층 등 전기를 아껴 쓰는 소비자는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전력생산비용은 모든 국민이 전기요금이라는 형태로 분담하기 때문에 사용량과 무관하게 같은 요금을 적용하면 적게 쓰는 사람이 많이 쓰는 사람을 보조하는 격이 된다.

◆'냉방=복지' 누진제 개편 논의 흐지부지되나?

누진제는 효과적인 수요관리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누진제로 무분별한 전력사용을 통제하지 않으면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여름이 지나고 다시 전력수요가 감소하면 추가로 지은 발전소를 놀릴 수밖에 없어 비경제적이라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그런데도 폭염이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힘들어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 폐지 등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부 "여름 지나고 전력수요 줄어들면 추가로 지은 발전소 놀려야 해 비경제적"

사상 최고의 더위가 이어져 폭염 질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월 평균기온이 이미 예년 8월 평균기온을 넘어섬에 따라 폭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6년 기록한 2만1000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 빅데이터에 따르면 폭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1만7024명 △2013년 1만6789명 △2014년 1만5729명 △2015년 1만7151명 △2016년 2만964명 △2017년 1만8819명 등으로 한 해 평균 1만7746명이었다.

환자가 2만명이 넘은 2016년의 경우 한여름인 8월 평균기온이 26.7도로 올해 7월 평균기온 26.8도보다 0.1도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은 최소한 8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폭염 질환자 규모도 예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기준으로 연령대별 진료현황을 보면, 60대 이상이 6909명(36.7%)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50대 3499명(18.6%), 40대 2586명(13.7%), 30대 2182명(11.6%) 순이었다.

환자 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했지만, 9세 이하 아동 환자는 612명(6.1%)으로 10대 436명(4.3%)에 보다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1만74명)이 남성(8745명)보다 많았다.

폭염 질환에 특히 취약한 사람은 노인, 소아, 운동선수, 신체활동에 제약이 있는 환자, 알코올 중독 환자, 항정신병·향정신성·심장혈관계·진정제 약물 복용자 등으로 알려져 있다.

더위로 신체에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각 몸을 식혀 신체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 물을 뿌리거나 선풍기나 부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의치 않으면 젖은 수건이나 천, 얼음을 이용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이런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부담을 경감하는 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냉방수요가 많은 하절기(7·8·9월)은 물론 난방수요가 많은 동절기(12·1·2월)도 주택용 전기요금에 한해 누진제 부담을 경감하도록 해 국민들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기대하는 방안이다.

권 의원은 "최저 단계에 대한 별다른 제한 없이 누진단계와 누진율을 완화할 경우 새로운 최저 단계는 현행의 1∼2단계 정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에 적은 전기만을 사용하던 저소득층은 오히려 누진율 완화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여름철용 에너지바우처 제도까지 확대하는 등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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