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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개숙인 BMW 경영진? 火난 소비자 불만 잠재우기엔 역부족

입력 : 2018-08-08 05:00:00 수정 : 2018-08-07 18: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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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승용차 화재 공포가 확산하며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BMW 측은 부랴부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잇단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본사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이 회견에는 BMW 측은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에서 발생한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EGR 결함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고, 그 비율은 비슷하다는 것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분석중이라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해외에서도 동일한 EGR 모듈을 장착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점을 들어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흡기다기관 내열성 문제 등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BMW 측은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쓴다"며 "화재와 소프트웨어 문제는 관련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BMW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화재 원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BMW 화재 사고가 한국에서만 발생한다는 지적에도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정부는 BMW 차량 소유자들에게 운행자제를 권고한 상태입니다. 업계관계자들은 정부가 손해액의 몇 배를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거나, 한 번의 승소로 동일한 피해자들을 모두 구제하는 '대표소송제'를 도입해 해외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세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번 BMW 사태를 맞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리콜 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BMW가 리콜 발표 전까지 정부기관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등 리콜 제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BMW의 자발적 리콜이 결정된 것은 7월26일이지만, 약 한 달 전인 6월25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BMW에 520d 차량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측에 기술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BMW 측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7월5일 연구원이 자료를 재차 요구했으나 BMW는 '독일 본사와 원인 규명 중'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다시 제출을 거부했다.

같은달 12일 연구원이 국토부에 BMW 화재 관련 이상 동향을 보고했다. 올해 상반기 조사한 화재 사고 20건 중 9건이 BMW 520d 차량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16일 교통안전공단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고, 18일 BMW가 리콜 의향을 표명했다. 하지만 BMW는 20일 국토부에 빈약한 리콜 계획서를 냈다가 국토부의 강력한 보완 요구를 받고 철회해야 했다. BMW는 25일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했고, 결국 26일 10만6000대에 대한 리콜이 발표됐다.

이처럼 BMW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한 자료를 내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BMW 승용차들이 연달아 도로에서 불탔지만, 당국으로선 딱히 제재할 방안이 없었다.

이에 미국처럼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제작자가 리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물론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 피해의 3배까지 손해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액 규모가 크지 않고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당,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리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처럼 연달아 특정 자동차 모델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고 해도 소방과 경찰에 조사 우선권이 있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해당 기관이 요청할 때만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며 "차량이나 부품을 확보하려면 소유자 동의가 필요해 연구원이 확보하는 데 애로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無'…해외업체 국내소비자 개·돼지 취급?

이에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성능시험대행자가 자동차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제작 결함을 직접 조사하고, 사고 차량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결함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정은 있지만, 은폐 등에 대해서는 벌칙이나 처벌은 가능하되 과징금 부과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토부는 턱없이 부족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 인력을 현재 13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조사 분석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미흡해 이번 BMW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간 실효성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게 곤란하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사관의 연간 조사 건수는 0.4건인데 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4건으로 3배에 달한다.

국토부는 BMW 사태와 관련해서는 화재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원 및 시민단체 전문가 10인 내외로 민관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논란이 된 지난 4월 환경부 리콜과 관련해서 이번 화재와 상관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BMW는 4월 이번에 문제가 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이유로 환경부 승인을 받아 5만5000대에 대한 리콜을 시행했으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사를 하지 못했다.

◆BMW 520d 7월 판매량 '반토막'…작년 7월 대비 24.2% ↑

최근 잇딴 화재로 도마 위에 오른 BMW 간판 모델인 520d 7월 판매량이 전달대비 '반토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7월 BMW 520d의 신규 등록대수는 523대로, 6월(963대)보다 45.7%나 감소했다.

BMW 520d는 여전히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5위에 올랐지만,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수입차업계에서는 520d가 엔진 화재사고가 발생한 모델로 많이 알려진데다, 리콜 대상 42개 차종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점을 들어 리콜 영향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7월 BMW의 전체 신규 등록대수도 3959대로 전달보다 5.6% 감소했다.

다만 이 수치는 작년 7월에 비해서는 24.2% 증가한 것이다. BMW는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4715대)에 이어 두번째로 판매대수가 많아, 아직 브랜드 전체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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