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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안부전화 안 하면 B급 며느리인가요?"

입력 : 2018-01-26 14:09:06 수정 : 2018-01-26 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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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고 명절에도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며느리가 있다. 바로 김진영(37·사진 왼쪽) 씨가 그 주인공.

25일 방송된 MBC '세상기록 48'에서는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고 말하는 김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김 씨의 남편 선호빈(38·사진 오른쪽) 씨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4년간 아내와 어머니의 치열하고도 격렬했던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를 선보였다.


선 씨는 아내에 관해 "며느리로서는 사실 B급도 받기 힘들다"면서도 "영화감독의 아내로서는 S급"이라고 소개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나 2년간의 연애 끝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 연애 시절에는 한 번도 싸운 적 없지만, 결혼 후 고부 갈등으로 위기를 겪었다고.

"연애할 때는 괜찮다"라고 생각했던 아내의 독립적인 성격이 문제가 됐다. 가족주의랑은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 또 두 사람의 집안 문화도 너무 달랐다.


김 씨는 "시어머니가 (신혼여행에) 갔다 온 날 밤, 이틀에 한 번씩 시댁에 안부 전화를 하라고 했다"면서 "아들한테는 안하고 며느리인 자신에게만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집안의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고, 이틀에 한 번 시아버지께 전화해야 한다는 시댁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던 김 씨.

결국 김 씨는 남편에게 "이걸 왜 나만 해야 해?"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원래, 그런 건 며느리가 하는 거야"라는 것.

이에 김 씨는 "며느리? 그건 저를 부르는 호칭일 뿐이지, 정체성 아니다"면서 "(며느리란 역할은) 제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에 불과한데, 그게 제 전부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씨의 시어머니인 조경숙(위 사진) 씨도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고. 선 씨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부장적인 질서를 제일 적극적으로 받아드린 며느리"라고 전했다.

완벽한 며느리였던 조 씨는 며느리에게도 자신의 삶을 강요했다. "며느리가 할 일은 집안의 대소사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남자가 1순위"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너무나 다른 문화에서 살아왔음에도 서로 맞춰가는 과정 없이 며느리의 역할만을 강요하는 상황에 갈등은 계속됐다.


현재도 고부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다고. 

선 씨는 "아내와 부모님의 소통은 항상 나를 통해서만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머니도 아내에게 안 좋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 씨는 "결혼이 이렇게 힘든 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도 "부부 사이가 튼튼하면 외부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팀 han62@segye.com
사진=MBC '세상기록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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