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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도심집회를 바라보는 3개의 시선

입력 : 2015-12-06 18:41:11 수정 : 2015-12-06 2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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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그들만의 외침”
경찰 “자극 대신 배려를”
시민 “질서 지켰으면”
#1. “아까 이거 쓰고 행진하다가 입에 습기 차서 혼났잖아. 그래도 귀엽지 않아?”


만화 캐릭터인 ‘심슨’ 모양의 샛노란 가면을 손에 든 여대생 김새미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5일 가면을 하나씩 든 김씨와 주변의 대학생들은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소규모 집회를 가진 후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본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중구 서울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김씨는 이날 시위에 대해 “유쾌한 방식의 항의”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졌고,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이 같은 방식의 시위 문화에 공감했다.

녹색당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여진(26)씨는 “이미 시위 문화가 바뀌었다”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평화적인 시위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 정미경(34·여)씨는 “가족 문제,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나면서 그 이면에 사회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이런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집회·시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행사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1차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정씨는 ‘2차는 평화집회를 하겠다’는 주최 측의 약속을 믿고 버스를 타고 5시간이 넘는 먼 길을 올라왔다. 집회 내내 주최 측에서 전달받은 카네이션을 손에 쥐고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낯선 민중가요를 어설프게 따라 부른 정씨는 “물리적 충돌이 없으니 평화집회가 맞긴 한 것 같은데, 시위 방식이 여전히 옛날 방식이라 일반 시민이 선뜻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평화적인 집회는 주최 측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이승환(21)씨는 “차벽을 설치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1차 폭력시위를 규탄하기 전에 먼저 정부가 폭력을 유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진보단체의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를 마친 뒤 종로구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2. “어 오늘은 차벽이 없네?”


종각을 지나던 한 시민이 시위대의 행렬을 보고, 생소한 풍경이라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혜화동에서 연극 티켓을 판매하는 마정우(23)씨는 “표 파는 입장에서 시위는 득될 것이 없다”면서도 “이번 시위는 경찰과 시위대 모두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번 시위보다 평화롭게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종로5가에 쇼핑을 나온 나이지리아인 다다 앤드루(47)씨는 “조금 시끄러웠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이 정도면 평화로운 시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화집회라고 해도 끊이지 않는 시위에 종로 일대 상인들의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다.

종로 귀금속도매상에서 40년 넘게 가게를 꾸려온 김모(68)씨는 “오늘 (다른 날에 비해) 매출이 확 떨어졌다”며 “행진하면서 종로 상점에 피해를 주지 말고 강남 같은 부자 동네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전두환 때는 시위하고 도망치는 학생들을 숨겨준 적도 있지만 요즘은 경제가 너무 어려워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권모(60·여)씨는 “집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예전 집회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면서도 “가게 앞에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사용하고 난 집회 물품을 죄다 우리 가게에 버리고 가 곤혹스러웠던 적이 여러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행사나 축제는 사람들이 술을 마셔도 시비가 없는 반면 집회 때는 술을 마신 참가자 간에 시비가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딸의 손을 잡고 시청 인근을 지나던 김모(47)씨는 “저 사람들이 뭐하는 거냐”는 딸의 질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시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평화시위는 좋지만 소음 규제나 시민 통행권 보장은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한창인 서울광장 옆의 화장실 앞.


경찰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복면을 쓴 건장한 체구의 중년 남성들이 들어섰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남성들은 바로 복면을 내리고 경찰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고, 경찰들은 목례를 하며 화답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대부분의 경찰들은 평화집회가 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산하 제4경비단 관계자는 “지난 1차 집회 때 경찰이 다치는 등 아찔한 상황이 많아 집에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주최 측이 약속한 평화집회가 계속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단 관계자는 “아침에 출동할 때 어머니가 나서지 말라고 걱정하는 말씀을 하셨다”며 “평화집회로 끝나 다행”이라고 했다.

동화면세점 앞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에 동원된 한 경찰은 “지난번 집회 때는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자극을 하면서 일이 터지면 상대방을 도발했는데 이번 집회는 당초 약속대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서로 배려를 하며 자극하지 않아 평화집회가 됐다”며 “우리 경찰도 이번에 불필요한 행동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시사항이 내려와 최대한 평화집회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승환·이우중·김건호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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