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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고삐 풀린 세계금융… “위기는 진행 중”

입력 : 2015-10-03 03:00:00 수정 : 2015-10-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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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지음/박상은, 노만수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피케티의 신자본론―지난 10년간 피케티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자본주의 문제들/토마 피케티 지음/박상은, 노만수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지난해 ‘21세기 자본’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사진)의 새 책이 나왔다. 프랑스의 진보성향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일부 과격한 면모나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대목이 없진 않지만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 탁월한 안목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피케티는 유럽의 위기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방법을 취할 능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정치적 분열과 무능력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케티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금융업은 고삐 풀린 망아지다. 금융규제 완화는 1979∼1980년 미국과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1990∼1991년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유럽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소련 붕괴로 ‘적수’가 없어지자 자유주의 국가의 주식은 영원히 오를 거라 믿었다. 20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가총액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프랑스 가계가 소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 총액(부채 제외)은 9조5000억유로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의 6년치 국민소득이다. 프랑스인의 재산은 2008∼2009년 약간 감소했다가 2010년 다시 상승세로 반전해 현재는 10조유로가 넘는다. 이 수치는 100년 전에 비해 자산이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를 보여준다.

금융규제 완화는 21세기 초의 금융시스템과 세습자본을 매우 나약하고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금융산업은 세심한 감독이나 통제 없이, 그리고 이름에 걸맞은 보고서도 없이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유럽의 자산가들은 자신의 자산을 숨기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 EU는 이를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 않다. 세습자본주의가 결국 위기의 주범인 셈이다.

유럽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람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불평등에 대해선 모르는 척한다. 서민층과 중산층의 소득정체 현상과 불평등 심화에 대해서 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0∼2011년 유로존의 공공부채 위기가 발생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양상의 위기를 극복해 내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은 정부에 0.2%가 안 되는 저금리로 돈을 빌려줘서 시장을 안정시켰지만, ECB는 유로존 국가에 돈을 매우 적게 빌려줬고 그나마 공공부채 이자율도 높였다. 그러는 사이 독일은 유럽의 최대 채권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저자의 논점은 분명하다. EU는 대륙의 공권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EU는 세계적으로 확대된 자본주의가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 민주 주권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무한경쟁, 그저 기계적인 도구로만 계속 남을 것인가. EU와 유로존은 기로에 서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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