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8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3-4로 뒤진 7회말 1사 후 컵스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손 사이드암 임창용은 첫 상대는 할턴에게 던지는 첫 공으로 91마일(147㎞)짜리 낮은 직구를 선택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할턴의 몸쪽으로 비틀어진 그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났다.
임창용은 2구째에 같은 코스로 90마일(약 150㎞)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첫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아냈다.
그러나 할턴이 볼에는 방망이를 내밀지 않고, 치기 까다로운 공은 파울로 커트해내자 임창용의 얼굴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그가 던진 8구째는 포수가 팔을 한참 뻗어야 할 만큼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임창용은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시절 동료인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안타를 얻어맞고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진 세구라에게 초구 유격수 땅볼을 유도,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임창용은 공수교대 중 야수들과 글러브를 마주치며 동료의 호수비에 감사를 전했다.
그제서야 굳었던 얼굴을 풀고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
임창용은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에 인대를 접합하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이후 시카고 컵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에 있을 때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대우 조건이 다른 계약)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재활과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몰두한 결과 마침내 빅리그 입성의 꿈을 이뤘다.
이날 임창용의 구속은 시속 160㎞에 육박하던 그의 전성기 시절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꿈틀대는 통에, 뱀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는 그의 볼끝은 여전히 가능성을 보였다.
위기에서 병살을 유도해내는 능력으로 시카고 컵스의 데일 스웨임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도 찍었다.
9월 엔트리가 40명으로 늘어나면서 빅리그에 진출한 임창용에게 올시즌은 사실 적응기간이다.
남은 시즌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적응력을 키운다면 내년 시즌에는 컵스의 확실한 불펜 요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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