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신분으로 여자농구 대표팀에 합류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맹훈련 중인 박지수(15·청솔중 3·사진)는 아직 앳된 모습 그대로다. 그가 전원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 들어온 것은 1주일 정도 됐다. 16명의 예비명단 중 유일한 아마추어다. 대표팀에서는 완전히 ‘아이’ 취급을 받는다. 맏언니인 주장 이미선(34·삼성생명)과는 무려 19살 차이가 난다. 이모와 조카뻘이다.

박지수가 오는 27일 발표될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ABC) 대표팀 12명의 최종 명단에 발탁될 경우 한국 농구 사상 최초의 중학생 국가대표가 된다. 여자 농구에서 박찬숙(54)과 정은순(42)은 고등학교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제까지 중학생 국가대표는 없었다.
박지수는 수원 화서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농구 공을 잡았다. 농구 선수인 오빠(박준혁·명지고 2학년)가 농구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농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키가 1m50도 채 안 됐지만 농구를 시작한 뒤로는 해마다 10㎝가량 컸다. 아직 성장판이 열린 상태라 지금도 크고 있다. 하지만 박지수가 농구를 시작한 이후 아버지가 농구를 가르쳐 준 적은 한번도 없다. 농구는 소속팀 선생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고집(?) 때문이다. 농구와 관련한 얘기를 아버지와 나눈 적도 없다고 한다.
전도양양한 가능성 덕에 대표팀에 뽑혔지만 아직은 얼떨떨하다.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 들어가기 싫은 거 반, 신기한 거 반이었어요.” 워낙 어리다 보니 힘 좋은 성인 대표팀 언니들과 함께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겁부터 났다. 박지수는 “기상시간이 오전 7시인데, 언니들은 새벽 훈련을 하지만 감독님이 더 자라고 하셨다”며 수줍게 웃는다. 위성우(우리은행) 대표팀 감독은 농구 유망주의 성장에 방해될까봐 최대한 선수를 보호하면서 기본기와 경험을 쌓도록 각별히 배려해주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오전에 수업받느라 훈련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오전 훈련이 가장 힘들어요. 감독님과 언니들이 잘해주지만 훈련할 때에도 가끔 집에 가고픈 생각이 들곤 해요.”
박지수는 대형 센터로서 아직 농구지도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탁월한 위치 선정과 리바운드 능력, 블록슛 능력, 피딩능력을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고난 농구 감각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국가대표만 훈련하는 선수촌에 들어온 것 자체가 박지수에게는 큰 행운이며 기회다. 1994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태극마크를 단 ‘여자 농구의 레전드’인 정선민(40) 대표팀 코치로부터 특별 지도를 받으며 부족한 점을 배우며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촌에서 정 코치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편입니다. 뛰는 것부터 자세를 낮게 유지하는 것, 슈팅 등 많은 말씀을 해주세요.” 서전트 점프를 얼마나 뛰냐고 물었더니 그는 오히려 “서전트 점프가 뭐냐”고 반문한다. 자신의 어깨에도 모자라는 또래들하고 농구경기를 할 경우 점프를 뛰어야 하는 필요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아직은 대표팀 언니들과 훈련을 100%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파워와 스피드에서 밀려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훈련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근력강화를 위해 매일 1시간 반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친구들 사이에서 ‘꺽다리’로 불린다는 박지수는 농구밖에 모르는 욕심 많은 선수다. 요즘 애들처럼 좋아하는 아이돌도 없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잘 안 본단다.
박지수는 “12명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많이 배우고 돌아가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강영숙, 신정자 언니처럼 파워넘치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진천=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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