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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은 하락하는 반면, 전셋값은 연일 상한가를 경신하고 있다. 동부건설 제공 |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3.3㎡ 평균 전세금은 900만원을 넘어섰고, 과천시는 한 달 새 전세금이 평균 1.77%나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집값보다 전세금이 더 비싼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급등 원인을 주택 시장간의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주택 구입 수요를 대신해 전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주택 구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주택 매매 시장의 불안정성과 구입에 따른 각종 세금 때문에 주택 구입을 뒤로 미루고 전세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4.1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조치가 종료되면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전월 대비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 불안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지 않으면, 전세난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확실한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문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유인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세·월세 시장간 수급불균형도 전세난을 심화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증부 월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차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넘어서더라도 집값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전세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전세 시장은 ‘전세 귀족층’과 ‘전세 난민층’으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전세시장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5708만원으로 매매가격 대비 67.4%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1억9715만원으로 매매가격 대비 62.6%, 지방은 평균 전세가격이 1억1684만원으로 72.2%에 달했다.
또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이 1% 변동할 경우 전세가격은 0.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전세자금 대출 건수는 모두 71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나 급증했다.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5조5000억원 지난해보다 12.9%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이 폭등하면서 금융권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 전세 세입자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처럼 전세 세입자의 대출액이 늘어나면서 집주인 파산 시 전세세입자의 80%가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돼 전세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세입자들의 대출금 비중이 증가해 추가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전세세입자들이 주택 매매 수요자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감정원은 국내 8개 주요 도시의 월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9.96%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3.73%를 크게 웃돌아 앞으로도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세가격은 앞으로 ▲지역별 ▲면적별 ▲주택유형별로 차별화되고, 임대시장에서 전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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