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탈루·비자금으로 美 고급주택 구입 확인한 듯
이창석과 공범관계… 혐의 입증 쉬워 구속 가능성 커
소환 전 자진출두 의사 밝혀… 변호인 없이 조사 받아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자녀 3남1녀 중 가장 먼저 차남 재용씨를 소환한 것은 비자금 관련 범죄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용씨가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외삼촌 이창석(구속)씨와 공범관계에 있어 전씨 측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를 압박하는 ‘다목적 카드’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그동안 모든 의혹을 확인한 뒤 전씨 자녀들을 차례로 부르겠다고 강조한 만큼 조만간 장남 재국씨 등의 소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재용씨는 법인세 59억원 등 124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구속된 이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전씨 자녀 중 재용씨를 첫 소환자로 선택한 것은 경기 오산 땅 매각과 관련해 이씨의 세금 탈루 혐의가 소명되는 데다 재용씨가 전씨 비자금으로 미국에서 고급주택 2채를 샀다는 등의 나머지 의혹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재용씨 소환에 앞서 그의 장모와 처제, 아내 박상아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비자금 은닉 관련 다른 의혹을 확실히 다지는 작업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용씨는 이창석씨 혐의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신병 확보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혐의 입증이 용이해 구속 가능성이 높은 재용씨를 압박할 경우 전씨 측이 미납 추징금을 자진 납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2004년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자 이순자씨는 전씨 추징금 200억원을 본인·친척 명의로 대신 납부하기도 했다.
◆전씨 다른 자녀 소환 등 수사 2라운드 예고
검찰이 그동안 전씨 자녀를 부르지 않은 것은 확실하게 추징할 수 있는 재산과 각종 불법행위를 확인한 뒤 재산압류에 대한 이의신청 등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수사의 목적이 전씨 자녀의 개인비리 수사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전씨 비자금과 관련된 불법재산 환수에 있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힘든 작업이 예상 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검찰이 재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특정해 소환함에 따라 재국씨 등 다른 자녀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재국씨 소유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 33필지를 압류하고 전날에는 삼남 재만씨 장인 회사인 동아원 등 11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전씨 측 자진납부 이뤄지나’ 관심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현재 피의자 신분인 재용씨가 전날 검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씨 측의 자진납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검찰이 피의자를 부르는 경우 시일을 두고 출석 날짜를 조율하지만 재용씨가 갑자기 출석 의사를 밝힌 데다 변호사 없이 검찰 조사에 임해 치열한 법리적 소명보다는 자진납부 등 다른 방안을 검찰 측에 제시할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 측에서 아직 (검찰에)자진납부 의사를 밝힌 것은 없다”며 “(자진납부라는)가정을 두고 어떻게 할지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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