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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로 양보를” “폭력이 폭력 낳아”…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촛불 내전’

입력 : 2008-07-01 16:07:12 수정 : 2008-07-01 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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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이 날로 격화하면서 지난 주말 이틀간 시위에서만 시위대와 전·의경 500여명이 다쳤다. 촛불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시위대의 불법 폭력시위가 자초한 사태라고 맞서고 있다.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심하게 다친 시위 참가자와 전경을 만나 인터뷰했다.

시위대에 다친 이모 일경

◇지난 29일 시위대에게 맞아 목과 허리 등을 다친 이모 일경이 30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아찔했던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서로 조금씩 양보했으면 좋겠어요.”

30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이모 일경(19)은 촛불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친 목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보호대를 착용한 채 침대에 앉아 어렵게 말을 꺼냈다.

촛불집회 참가자와 경찰이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충돌했던 29일 새벽. 이 일경은 서울 종로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동료 20여명과 함께 수만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

버스를 끌어내기 위해 가져온 밧줄로 이 일경과 그의 동료들을 단체로 묶어 오도 가도 못하게 했다. 그 후 시위대의 무차별 구타와 폭력, 욕설이 이어졌다. 이 일경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망치, 각목, 낫 등을 휘둘렀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 일경은 “머리를 숙이고 맞으면서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낫을 휘두르는 건 죽이겠다는 거 아니냐”면서 몸서리쳤다.

이 일경은 시위대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쇠파이프에 뒷덜미를 맞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기절한 지 40여분 만에 깨어나 보니 의료팀의 천막 아래 누워 있었다. 당시 일어나려고 애를 써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늘어져 너무 힘들었다. 새벽 2시쯤 구급차에 실려 경찰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팔은 당시를 보여주듯 찰과상과 피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입대한 지 6개월 밖에 안된 이 일경은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달 넘게 계속 현장에 있었다. 낮에 3∼4시간 정도만 겨우 눈을 붙이고 날밤을 새우면서 시위대와 대치하는 것이 일상처럼 돼 버렸다.

그동안 집회 현장에서 친구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시위대가 심한 행동을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한번은 오후 6시쯤 밥을 먹고 있는데, 시위대가 물총에 식초와 까나리액젓을 담아 버스 뒤로 쏘는 바람에 다들 밥을 먹지도 못하고 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앳된 얼굴의 이 일경은 “생전 처음 입원해 본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전경에 다친 조모씨

◇촛불집회 거리행진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손가락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부상을 당한 조모씨가 30일 서울 국립의료원 병실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아이들 걱정하는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나갔을 뿐인데….”

30일 오전 국립의료원 7층 병실.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한 지난 25일 시위에 참가했다 왼손 중지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골절상을 입은 입은 조모(54·자영업)씨는 전날 큰아들(19)마저 촛불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망연자실했다.

조씨는 지난 26일 오전 1시30분쯤 경찰의 해산작전 당시 광화문사거리 부근에서 뒤로 밀려가다 전경과 충돌하면서 손가락 일부가 뜯겨 나갔다. 조씨는 “전경이 나를 발로 차 넘어지는 과정에서 손으로 전경의 얼굴을 잡다가 손가락이 투구 속으로 들어갔다”며 “손을 빼 보니 전경 이빨에 깨물렸는지 살점 1.5㎝ 정도가 떨어져 나간 채 피가 흥건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조씨는 자신이 시위 대열에서도 뒤쪽에 있었고, 폭력을 유발할 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몸을 부딪히면 감정적으로 격해지면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하게 되는 원인을 나름으로 분석했다. 조씨는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흥분돼 전경의 헬멧 턱끈을 붙잡고 끌고 가려 했다”며 “주변 시위대가 ‘전경을 때리지 말고 일단 치료를 받으라’며 만류해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큰아들은 지난 29일 오후 5시쯤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를 이동하다가 경찰 5명에게 연행되면서 부상해 현재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 입원해 있다. 조씨는 “큰아들이 어제 손가락 수술 보호자 동의서를 쓰러 와서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느냐, 다친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봤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던 아들이 5시쯤 전화해 ‘경찰차에 실려 있다. 시민들이 시청 광장에서 밀려나는데 인도에 있다가 붙잡혀 두들겨맞았다’고 하더라”고 아들 연행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들이 전경 5명에게 집단 구타당해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고, 쓰고 있던 안경이 부러지는 과정에서 눈두덩이에도 상처를 입었다. 가슴과 허리에도 통증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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