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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신고 받고도 참사 못 막아… 고개 숙인 장관·청장·시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

, 이태원 참사

입력 : 2022-11-02 06:00:00 수정 : 2022-11-02 10: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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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일보직전” “인원 통제”
경찰, 잇단 112 신고에도 뒷짐만
경찰청장 “현장 대응 미흡” 인정
尹 “한 점 의혹도 없게 진상규명”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지기 약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최소 11건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6건의 신고에서 ‘압사’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나머지도 ‘대형사고’, ‘사고’를 우려하며 통제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4번만 출동했고, 특히 신고가 몰린 9시2분 이후에는 아예 출동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안전·행정 관련 최고책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뤄진 브리핑 현장의 윤희근 경찰청장, 국회 행안위 현안보고 자리의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중구 서울시청에서 사과입장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이다. 서상배 선임기자·연합뉴스·뉴스1

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가 벌어진 지난 29일 오후 6시34분 “골목이 너무 불안하다. 사람들이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참사 가능성을 언급한 첫 신고였다. 이후에도 “인파들이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다”(오후 9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다”(오후 9시2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될 분위기”(오후 9시7분)라는 등 압사를 우려하거나 통제를 요청한 신고전화가 10차례 더 접수됐다.

 

그러나 11차례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단 4번 뿐이었다.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했고, 1건은 불명확으로 종결 처리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오후 9시에 다다르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오후 9시2분 신고 전화 이후엔 아예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특히 11차례의 신고 중 긴급 출동을 요하는 코드0, 코드1으로 분류된 8건에는 단 한 번만 출동한 반면, 그보다 긴급성이 덜하다고 판단해 코드2로 분류한 3건에는 모두 출동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 대응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윤 청장은 “신고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서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구급차가 모여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직전 관련 보고를 받고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기 전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유가족과 부상자, 모든 시민들이 일상회복할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 재발 방지책으로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과 여·야·정 TF(태스크포스) 구성 등을 언급하고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애도기간인 (오는) 5일이 지나고 나면 당내에 국민안전TF(가칭)를 만들어 제도나 시스템을 한 번 더 점검하고, 필요하면 여·야·정,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국회 차원 TF를 만들어서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예상 가능한, 있을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좀 더 촘촘히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가 애도 기간 이후 입법 보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김주영·이현미·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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