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맨스’(Bromance)는 브러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로, ‘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성들 간의 우정과 교감’이란 뜻이다. 1990년대 미국 전문 잡지 ‘스케이트보드’의 편집자 데이비드 카니가 처음 썼다. 많은 시간 동안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탄 남자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인도를 방문했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관계를 언론이 브로맨스로 표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로맨스는 유명하다.
“머스크에게 불만 있는 사람 있나?”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첫 각료회의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감쌌다. 머스크가 대선 최대 후원자이자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50여분의 회의 중 30분 넘게 발언하며 지시를 쏟아낸 직후였다. 대통령 측근들이 “머스크의 월권이 지나치다”고 반발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머스크는 환상적”이라며 수시로 두둔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브로맨스가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이름 붙인 감세 법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머스크가 감세 법안이 “낭비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하자, 화가 난 트럼프는 “머스크가 미쳤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엡스타인 성범죄 사건 명단에 트럼프가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트럼프는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더 간다”고 했다. 충격을 받은 트럼프는 어제 “대단한 마약 중독자”라며 “머스크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손절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두 거물의 불화와 충돌은 서로를 파괴하고 있다. 머스크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링크하는 바람에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4.3%나 폭락해 시가총액 207조원이 증발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물론 서학 개미들의 가슴은 숯덩이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 테슬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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