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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섭의전쟁이야기] 잊힌 두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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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8 22:50:34 수정 : 2025-06-08 22: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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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0월, 철원의 395 고지를 두고 국군과 중공군은 열흘간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벌였다. 이른바 백마고지 전투다. 국군은 이 전투에서 중공군을 상대로 첫 전술적 승리를 거두며, 현대전 수행 능력을 입증하고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살려냈다.

이 전투에서 활약한 국군 3명은 미국으로부터 수훈십자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 DSC)을 받았다. DSC는 미 육군의 두 번째로 높은 무공훈장으로, 6·25전쟁 중 이 훈장을 받은 한국군은 단 5명뿐이다. 그중 3명이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한 9사단 장병이었다. 이는 당시 백마고지에서의 승리가 한·미 양국 모두에 얼마나 절실하고 값진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사단장이었던 김종오 장군이다. 그는 철저한 작전 준비와 함께 포탄이 쏟아지는 전방에서 직접 부대를 지휘하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두 번째는 29연대 9중대 소속 김만수 하사(병장에서 추서)다. 10월 12일, 적의 포격과 기관총 사격에 부대가 고착되자 그는 자발적으로 돌진했다. 수류탄과 소총을 들고 기관총 벙커를 제압했고, 중상을 입고도 마지막 수류탄으로 추가 적을 제거했다. 전투 내내 동료를 독려하며 임무 완수에 기여했지만 끝내 전사했다.

세 번째는 28연대 11중대 소속 정낙구 중위(소위에서 추서)다. 10월 13일, 395 고지 전초 능선 탈환 명령을 받고 소대를 이끌고 공격에 나섰다. 적의 집중 사격에 소대가 고착되자 그는 주저 없이 전진했고, 병사 세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기관총 진지를 수류탄으로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전사했다. 그의 희생은 부하들의 전투 의지를 고무시켰고, 소대는 이어진 돌격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이 밖에도 저격능선 전투에서 지휘력을 발휘한 정일권 장군, 베티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2개 대대를 저지한 김만술 대위가 DSC를 수훈했다. 김종오, 정일권, 김만술 세 인물은 전공과 이력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김만수 하사와 정낙구 중위는 장렬히 전사했음에도 이름조차 역사에 제대로 남지 않았다.

김만수 하사와 정낙구 중위. 미국은 두 분의 용기와 희생을 기록했고 훈장으로 기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름을 오랫동안 모르고 지내왔다. 이처럼 역사의 뒤편에 묻힌 분들이 이 두 분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숨은 영웅들이 우리 역사 속에서 다시 불려지고, 마땅히 누려야 할 영예를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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