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환율 10원 오르면 350억 손실
해외투자 석유·배터리 외화부채 눈덩이
中企 원자재 비용부담 그대로 떠안아야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수출 기업에는 고환율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여파에 따라 2009년 3월31일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이제 막 벗어난 항공사들은 고환율의 충격에 다시금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이 높으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도 취약해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환율이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이미 고환율 여파로 2분기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고환율로 인한 해외여행 심리 위축도 문제다. 높은 환율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빚이 많은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친환경 미래 사업 전환 등으로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외화부채도 급증한 상태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 회사는 수출을 통해 환율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와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역시 고환율 여파에 경영난마저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구매 비용은 오르지만,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럴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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