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수사 위해 설득했지만 피해자 고소 원치 않아
살인 혐의 60대 범행동기 ‘결별·금전 문제’ 추정
스마트워치 뜯고 피해자 주거지서 기다려 범행
제주에서 스토킹 등으로 신고된 남성에게 길거리에서 무참히 살해된 40대 여성이 지난 3월에는 성폭력 관련 신고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강모씨는 지난 3월5일 피해 여성 B씨로부터 성폭력 관련 신고를 당했다.
B씨는 강씨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고 이후 B씨가 피해자 조사에 출석하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B씨가 강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이번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됨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
성폭력 신고 및 스토킹 신고가 종결됨에 따라 경찰은 강씨에 대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경찰에 성폭력·교제폭력·스토킹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씨에게 지난달 16일, 22일 스마트워치와 경보기를 지급했으며, 보복 폭력 피해 우려에 따라 112신고 시스템상 안전조치 관리 대상으로 등록한 상태였다.
이전까지는 B씨가 스마트워치 착용을 거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앞선 신고 처리 과정에서 B씨가 처벌불원서 제출 등 사건화를 원치 않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자 피해자를 상대로 수 차례 연락하고 찾아가 대면 면담도 실시해 설득했다”며 “고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스토킹 신고의 경우 경찰이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긴급 임시조치를 하려면 최초 현장 진술서에 담긴 피해자의 진술이러던가 검사와 판사를 설득시킬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며 “단순 경찰관의 발생 보고 만으로 진행시키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달 전 흉기 구입, 범행 당일 차량 뒷좌석에 보관
범행 동기로는 결별과 금전 문제 등이 추정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과거 연인 관계로 확인됐다.
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근 B씨에게 지속해서 만나자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B씨에게서 받을 돈이 있었으나 되레 자신과의 만남을 피하고 스토킹으로 신고해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범행 한 달 전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 당일 차량 뒷좌석에 놓는 등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강씨가 피해자 주거지 주변에서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를 뜯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뜯겨진 스마트워치는 B씨가 숨진 뒤 주거지 건물 1층에서 발견됐다.
강씨는 피해자 주거지 주변에서 귀가하는 B씨를 기다린 뒤 길거리로 끌고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B씨를 차량 조수석에 태워 흉기로 수 차례 찌른 뒤 길거리에 놔둔 채 그대로 차를 타고 달아났다. 피해자는 수차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당시 B씨가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하면서 착용 중인 스마트워치로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추정했지만, 피살 당시 이미 뜯겨진 상태였다.
112에 신고한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여성을 건물에서 인도로 100여m 끌고 가면서 폭행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12일 오전 1시38분 제주시 연동 소재 호텔 앞 길거리에서 피해자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약 3시간 만에 제주시 건입동 소재 도로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강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진행과 B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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