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도 “원점 재검토”, 진보당 “특혜 행정”
6조원대 개발사업 실현 가능성 등 논란 확산
전북 전주시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의 착공 지연을 둘러싸고 시행사인 자광에 동시 착공·준공 원칙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조지훈 전북 전주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사업 포기를 요구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앞서 전주시의회와 진보당은 협약 유지 여부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6조원대 복합개발 사업이 착공 단계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 실현 가능성과 공공기여 이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지훈 전주시장은 12일 시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옛 대한방직 부지가 원래 협약한 대로 개발되고, 동시 착공·동시 준공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럴 수 없다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자광은 전주시와 약속한 착공 기한인 지난달 28일까지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업체는 자금 조달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를 먼저 분양·준공하고, 관광타워와 상업시설 등을 차례대로 추진하는 방안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당초 자광은 아파트와 관광타워를 함께 착공하고 준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시장은 당장 사업을 취소하거나 협약을 해지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 후 5년 이내 착공하지 않을 때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협약상 착공 기한을 둘러싼 법적 해석이 엇갈리는 데다, 일방적인 취소가 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약을 해지하면 시가 핵심 조건으로 내건 동시 착공·준공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전주시는 현재 법제처와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률 해석을 질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업체가 착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협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자광이 조속히 착공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광이 올해 말 착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조만간 시공사 선정 결과가 공식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주시의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전주시의 대응이 사업자에게 기울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자가 먼저 착공 지연 경위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밝히고, 시가 이를 검증한 뒤 협약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한다. 의회는 “전주시가 할 일은 사업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자광이 약속한 관광타워와 공동주택의 동시 착공·준공뿐 아니라 수천억원 규모의 공공기여, 전주시립미술관 기부채납, 준공 후 20년간 연 25억원 이상의 지역공헌사업도 문제 삼았다. 착공 기한조차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공공기여 약속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협약 유지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자금조달 능력과 시공사 선정 현황, 구체적인 착공 계획, 전체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공공기여 이행 담보 방안을 검증해 시민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행 가능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으면 협약 취소·해제·해지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약의 법적 성격과 효력, 종료 요건 등에 대해서도 의회 차원의 독자적인 법률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도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전주시가 자광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약 무효화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협약에는 일정 기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사업을 무효화 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도 시가 주택법을 이유로 사업 속행 입장을 밝힌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자광이 2017년 해당 부지를 1980억원에 매입하면서 본격화했다. 자광은 6조2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470m 높이 관광전망타워와 200실 규모 호텔, 공동주택 3536세대,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영화관·놀이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내용으로 지난해 9월 29일 전주시로부터 주택건설 사업 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자금조달과 시공사 선정 문제 등으로 착공하지 못했다.
사업 지연과 별개로 자광의 재정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자광의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액은 11억6000여만원 정도로, 전주시는 자광 소유 토지 10필지를 압류한 데 이어 관계회사에 대한 대여금 채권 등 추가 압류를 예고한 상태다.
결국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의 향방은 자광이 시공사 선정과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화하고 동시 착공·준공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주시는 법적 검토를 토대로 협약 유지와 사업 추진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의회는 사업 수행 능력과 공공성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자의 후속 조치와 이에 따른 전주시의 판단이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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