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구제 신청 1868건 중 환급 541건
김장겸 “결혼 간절한 부모·청년 마음 이용한 폭리”
한 결혼정보업체가 딸의 혼처를 찾던 부모에게 ‘VIP 등급’ 명목으로 총 3000만원의 비용을 안내하고, 가입비 2700만원을 받은 뒤 세 차례 만남 후 해지를 요청하자 “환불액은 제로”라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납부한 가입비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건의 평균 중개비 374만원의 약 7.2배다.
결혼중개 관련 소비자 상담이 늘고 상담의 상당수가 계약 해지와 위약금 분쟁에 집중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피해구제를 신청해도 실제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10건 중 3건에 못 미쳤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결혼중개 관련 상담은 2022년 2218건에서 지난해 2735건으로 23.3%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688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의 61.7%에 달했다.
2022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접수된 상담 1만902건 가운데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 관련 상담은 7080건으로 약 6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피해구제 신청 1868건 중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541건으로 29%에 그쳤다.
고액의 가입비를 내고도 소개 조건과 환불 기준을 둘러싸고 업체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었다. A씨는 올해 초 딸의 혼처를 찾기 위해 결혼정보업체 B사에 가입했다. 상담사는 해외 명문대 출신 후보를 예시로 보여주며 ‘VIP 등급’ 가입을 권유했다. 횟수제 3회를 반드시 거쳐야 기간제(2년)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안내받은 비용은 가입비 2700만원과 기간제 전환비 300만원 등 총 3000만원이었다. A씨는 가입비 2700만원을 먼저 결제했다. 이 금액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건의 평균 중개비 374만원의 약 7.2배다. A씨의 딸은 이후 세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소개받은 후보들이 상담 당시 제시된 조건과 달라 환불을 요청했다. A씨에 따르면 업체는 환불 대신 추가금을 요구했다.
A씨는 2년 기간제 이용을 전제로 가입했는데 기간제로 전환하기도 전에 환불금이 없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A씨는 “가입비 2700만원이 세 차례 만남으로 모두 소진돼 만남 한 번에 900만원을 낸 셈”이라고 했다. B사 홈페이지에는 전직 대통령·국무총리 등 정·재계 인사 20여명과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 ‘명문가 인맥’을 내세워 홍보중이다. B사는 2014년에도 소비자원 피해 접수 상위 5개사(13건)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계약과 환불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위는 시장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직권조사는 전무하다. 지난해 4월 착수한 대형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대한 조사도 직권이 아닌 신고로 시작됐다.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은 2021년, 국제결혼중개 표준약관은 2014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만남 세 번에 고액을 받고도 환불은 한 푼도 못하겠다는 것은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와 결혼적령기의 청년세대의 마음을 이용한 폭리”라며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오히려 추가금을 내라는 등 뻔뻔한 영업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의 주무부처가 신고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과 부모 세대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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