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계양 카이브 유보라, 세대당 1.65대에 확장형 40% 갖춰 공급
삼성물산 AI 솔루션·현대건설 1.8대 확보 등 건설사 주차 특화 설계 총력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아도 빈자리가 없다. 결국 다른 차량 앞에 이중주차를 하거나 집에서 먼 곳에 차를 세운다. 차량 두 대를 보유한 가구라면 불편은 더 커진다.
자동차는 계속 늘어나지만 아파트 주차공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차 문제가 입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건설사들도 주차장 설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세대당 주차대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대형 차량을 위한 확장형 주차면과 인공지능(AI) 주차 관리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667만635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6만1486대 늘어난 규모다. 인구 1.9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수도권에 등록된 자동차는 서울 315만4610대, 경기 676만9948대, 인천 176만3054대 등 총 1168만7612대다. 전국 등록 차량의 약 4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의 주차 여건은 빠듯하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의무관리대상 아파트의 세대당 평균 주차대수는 1.08대로 나타났다.
주차공간 부족은 반복되는 생활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가 2022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약 55만건의 민원을 분석한 결과, 주차 관련 민원이 전체의 약 11%를 차지했다. 4년 연속 가장 많은 민원 유형이었다.
주차 민원은 2022년 1만여건에서 2025년 2만여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주차 민원의 약 55%는 두 차례 이상 제기된 반복 민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주차 매너와 불법주차 관련 민원이 33%로 가장 많았고, 주차장 공간과 시설 구조에 관한 문제가 13%를 차지했다.
건설사들은 신규 단지의 주차공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이달 인천 계양신도시 AC3·AC4블록에서 분양할 예정인 '계양신도시 카이브 유보라'가 대표적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5층, 16개 동 규모로 조성된다. AC3블록 614가구와 AC4블록 496가구 등 총 1110가구다. 전용면적은 84·92·93㎡로 구성된다.
주차공간은 두 블록 모두 세대당 약 1.65대로 계획됐다. 수도권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평균인 1.08대보다 0.57대 많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주차구획의 40%를 확장형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차체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승합차 이용자를 고려한 설계다.
주차면이 넓으면 옆 차량과의 간격을 확보하기 쉬워 승하차가 편리해진다. 어린 자녀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짐을 싣고 내릴 때도 유리하다.
단지에는 건식세차장과 계절창고, 코인세탁실 등 생활지원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차량 보유가 많은 중대형 주택 수요를 겨냥해 주차공간과 생활 편의시설을 함께 강화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주차공간 확보에 첨단 기술을 결합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에는 삼성물산이 개발한 '래미안 AI 주차장'이 처음 적용됐다.
1097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일반 주차구역 1902면과 전기차 충전구역 101면을 갖춰 세대당 약 1.8대를 주차할 수 있다.
AI 주차 시스템은 입주민의 평소 주차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하는 위치나 거주 동과 가까운 주차구역을 안내한다.
차량 위치는 세대 내 월패드와 홈플랫폼 '홈닉'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외출할 때 출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량이 주차된 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주차구역 상부 표시등을 점멸시켜 차량 위치를 알려준다.
전기차 충전구역 안내와 충전 완료 알림, 장기 주차 차량 관리 기능도 갖췄다. 주차공간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설계한 사례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도 주차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 단지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들어선 이 단지는 1779가구에 주차공간 3204대를 갖췄다. 세대당 약 1.8대 수준이다.
전용 84~137㎡의 중대형 주택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복수 차량을 보유한 가구의 주차 수요에 대응한 것이다.
부산에서는 세대당 주차대수를 2대 이상으로 높인 고급 주거단지도 등장했다.
수영구 민락동에 공급된 '알티에로 광안'은 전용 151~191㎡, 총 366가구 규모로 주차공간 948대를 계획했다. 세대당 약 2.6대에 해당한다.
일반 아파트부터 고급 주거단지까지 주차공간 확보가 상품 경쟁력의 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주차공간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세대당 1.5대 수준이라도 주차면의 폭과 기둥 배치, 동별 주차구역 분포에 따라 실제 이용 편의는 달라진다. 방문 차량이 많거나 특정 구역에 주차가 집중되면 전체 주차대수가 충분해도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전기차 충전구역과 장애인 전용구역 등을 제외하고 일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확장형 주차면의 경우 전체 주차구획에서 차지하는 비율뿐 아니라 실제 폭과 길이, 위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건설사들이 세대당 주차대수와 확장형 주차면, AI 주차 관리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배경에는 입주 후 매일 체감하는 불편을 줄이려는 수요가 있다.
주차공간이 넉넉하다는 광고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거주자가 얼마나 편하게 차를 세우고 이동할 수 있느냐다. 주차장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확인해야 할 주요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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