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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11시반부터 기다렸어요”…밤샘 오픈런 ‘치이카와’,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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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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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이파크몰 용산점 상설매장 ‘오픈런’
낚시 의자에 돗자리 깔고 전날부터 기다려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 붙은 판매글까지
지난달에는 애니메이션 개봉도…관련 영향
‘제 가격’에 사려면 오픈런 감수하는 현실

“어제, 밤 11시반쯤 왔어요.”

 

아직은 출근길 시민이 더 많은 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행렬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아직은 출근길 시민이 더 많은 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행렬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아직은 출근길 시민이 더 많은 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입구에서 만난 A씨는 ‘언제부터 여기에서 기다렸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패딩으로 아침의 쌀쌀한 날씨를 견디던 그는 ‘춥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새벽에 조금 추웠다”고 말했다. 눈을 돌리니 캠핑장이나 낚시터에서 볼 법한 간이의자에 앉아 대기 중인 이들도 제법 보였고, 일부는 돗자리까지 바닥에 깔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치이카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그린 만화에서 출발한 캐릭터로, 작품의 일본어 제목인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을 줄여 국내에서는 ‘먼작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작고 귀여운 외형과 달리 작품 속 캐릭터들이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세계관이 특징이다.

 

2022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힌 치이카와는 국내에서 극장판까지 개봉하며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인형과 키링뿐 아니라 의류와 생활용품 등 다양한 굿즈가 출시되면서 매장에는 이를 사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아직은 출근길 시민이 더 많은 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행렬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아직은 출근길 시민이 더 많은 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행렬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금일 현장 웨이팅은 마감되었습니다.’

 

이처럼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계속 몰렸고, 급기야 “이쪽으로 서 주시라”며 대기열 정비에 나서는 한 남성도 눈에 띄었다. 행사 관계자처럼 보였던 그는 “‘치이카와’라는 캐릭터가 인기가 많다”며 자신은 매장이나 아이파크몰 관계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A씨는 ‘왜 이렇게까지 줄을 서야 하나’라는 질문에 “커진 굿즈 시장과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이카와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극장가에서 인기를 끄는 데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얹어 새 제품을 판매하는 글도 올라오면서, 정가에 굿즈를 사려면 오픈런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만 오픈런 대기 행렬이 길었던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는 어림잡아 200~300명의 대기열이 관찰됐는데 하루 1400~1500명가량이 매장을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에 대기번호를 받지 않으면 매장에 들어가기조차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특정 기간에만 팝업 형식으로 여는 매장이 아닌 상설매장임에도 오픈런을 위해 대기하는 줄이 계속 아이파크몰 앞을 채우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의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김동환 기자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의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김동환 기자

 

최근 둘러본 매장 앞에는 캐릭터가 들어간 윷놀이세트와 머그컵 등 ‘한국 오리지널’ 키워드가 붙은 신상품 안내가 눈에 띄었다. 캐릭터를 활용한 비즈 스트랩과 자수 가방 등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관련 상품도 진열돼 있었으며, 일부 제품에는 이미 ‘매진’ 표시가 붙어 있었다.

 

치이카와의 인기는 극장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6일 만에 누적 관객 7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하루에도 4만9227명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누적 관객은 80만명을 넘겼다.

 

굿즈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확인된다. 8일 오후 2시 기준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치이카와’ 키워드로 검색한 상품은 3만9000건을 넘었다. 키링과 인형, 파우치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활용 상품부터 한정 굿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한 마그넷 제품은 아이파크몰 매장에서 확인한 가격보다 3배 높은 가격에 판매글이 등록됐다.

 

이 같은 인기는 이미 예고된 터다. 2024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치이카와 팝업스토어에는 열흘간 3만여명이 몰렸고, 이를 계기로 올해 2월 상설매장이 문을 열었다. 한정 기간에만 소비자가 몰리는 팝업을 넘어 상설매장에서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구조가 생겨났다.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의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김동환 기자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 3층의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매장. 김동환 기자

 

다만, 캐릭터 굿즈를 사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는 모습이 치이카와만의 현상은 아니다. 산리오와 짱구, 포켓몬 등 인기 캐릭터를 비롯해 게임 관련 팝업에서도 개장 전부터 수백명이 몰리는 오픈런이 반복된다.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한정판을 찾아다니며, 품절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찾는 적극적인 소비 형태로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를 접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매장을 찾아 굿즈를 사거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찾는 소비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시간을 들여서까지 상품을 사려는 행렬은 캐릭터 산업이 일상의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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