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 활용 서브컬처 신작 ‘아스오라’
감성 자극 RPG… 동아시아 시장 접수
아이온2도 해외 서비스하자마자 흥행
하반기엔 슈팅 장르 출시 행보 계획도
“김택진 대표 해외 적극 공략 행보 결실”
2020년대 들어 리니지 시리즈 말고는 흥행작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원 게임 리스크’에 시달리던 엔씨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 대표 지휘 아래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이면서다. 엔씨가 세계 주요 게임쇼에서 공개한 신작은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석권하는 ‘글로벌 게임명가’로 발돋움할 채비를 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 입증한 ‘아스오라’ 경쟁력
4일 엔씨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26’의 엔씨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3만명에 달했다. 엔씨는 행사에 ‘서브컬처’ 장르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아스오라)’의 전시장을 마련하고 게임을 처음 공개했다. 서브컬처란 일본 애니매이션의 그래픽과 이야기를 활용해 만든 게임 장르다. 일본과 한국,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아스오라는 제작사 디나미스 원이 개발하고 엔씨가 유통(퍼블리싱)하는 역할수행(RPG) 게임이다. 1989년 ‘마법’이 존재하는 가상의 도쿄를 무대로 한다. 게임 이용자는 평범한 공무원 ‘주임’을 조종하며 마법사의 행정을 관리하는 특수 기관 특구청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게임은 일본 이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체와 이야기를 채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듯한 질감 있는 작화, 배경 이야기 설명에서 전투 화면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환 시스템, 주요 이야기 설명에 도입된 일본어 음성 등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엔씨 관계자는 “일반 이용자에게 개방을 시작한 19일에는 주최 측이 제시한 최대 대기 시간인 120분을 모두 채우고 시연 대기줄이 일시 마감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현지 관람객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자 엔씨는 부스를 방문하지 못한 이용자를 위해 20일 시연 공간을 긴급 증설하고, 21일에는 공식 유튜브로 ‘온라인 시나리오 상영회’를 별도 진행했다.
일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아스오라는 연내 글로벌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로 이용자 접점을 넓힌다. 도쿄게임쇼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2027년 세계 시장에 공식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아이온2는 해외 서비스 시작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브라질 등 12개 국가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공개 전 스팀 위시리스트 등록 수는 130만건을 돌파했고,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는 17만명을 기록하며 해외에 서비스한 역대 엔씨 게임 가운데 가장 강한 초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도 아이온2 글로벌 성과에 주목한다. 최승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 얼리 액세스 출시 후 동시 접속자 수가 17만명을 기록하며 초기 흥행이 확정적인 상황”이라며 “아이온2 이후에도 2027년까지 10개의 게임이 출시 대기 중인 상황으로 신작 라인업이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슈팅 장르 신작으로 북미·유럽서 존재감 높여
엔씨는 회사가 강점을 보이는 RPG 장르 외에 그동안 잘 내놓지 않던 ‘슈팅(사격) 장르’ 개발에도 나선다. 엔씨가 슈팅에 집중한 이유는 슈팅 장르가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슈팅은 2024년 기준 PC·콘솔(비디오 게임기기) 게임시간 점유율 28%로 전체 장르 중 1위다. 또 다른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세계 슈팅 게임 시장 규모가 2025년 820억2000만달러에서 올해 925억70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엔씨는 올해 하반기부터 슈팅 장르 출시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8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개막 전야제에서 슈팅 장르 게임 ‘신더시티’의 게임 속 영상과 팀 서바이벌 FPS(1인칭 슈팅 게임) ‘라이크 올 다이’를 나란히 공개했다. 9월에는 ‘타임 테이커즈’의 글로벌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해 다양한 국가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신더시티는 엔씨 산하 개발 스튜디오 ‘빅파이어 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작이다. 21세기 서울과 23세기 기술이 공존하는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3D 측량과 사진 스캔을 활용해 코엑스와 봉은사 등 실제 장소를 가상세계에 구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라이크 올 다이는 게임 이용자가 가상 방송 플랫폼의 스트리머가 되어 팀 단위로 최후의 1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전장에서 모은 자원과 ‘블록’으로 구조물을 세워 전투 흐름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폭넓은 연령대를 겨냥했다.
미스틸게임즈가 개발하고 엔씨가 유통을 맡는 ‘타임 테이커즈’는 생존 슈팅 게임이다.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작 개발이 가장 활발한 기업을 뽑으라면 단연 엔씨”라며 “특히 엔씨가 RPG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장르 다각화에 나선 만큼,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회사 변혁 주도하는 ‘택진이형’ 김택진
엔씨가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배경에는 ‘택진이형’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김 대표가 있다. 김 대표가 지난 2년간 본업 경쟁력 회복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발로 뛴 행보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게임 개발에 깊이 관여하는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직접 나섰다. 올해 6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만나 양사 파트너십 25주년을 기념했다. 회동은 서울 강남의 PC방에서 진행됐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아이온2 이용자들의 이용 모습을 지켜보며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이용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중국 시장 공략도 진두지휘한다. 김 대표는 올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펑청 셩취게임즈 대표와 만나 아이온2 중국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개발과 사업,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병행하며 마련한 해외 사업 기반이 엔씨의 해외 성과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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