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요새화 작업 긴장 고조
김여정 “국경선 넘어선 적 없다
도발 잦은 동부전선에 병력 증강”
합참, 北에 사과·요새화 중단 촉구
“향후 일어날 상황 北 책임” 경고
북한군 하루 한차례꼴 MDL접근
국지적 충돌 확대 가능성 우려도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의 정상적 작전” VS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 21일 발생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두고 30일 발표된 우리 군 공식 입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에서 보이는 뚜렷한 차이다. 남북한의 경계를 어디로 보느냐가 다른 것이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립한 북한은 DMZ에서 지뢰 매설 등을 하며 대대적인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인 결과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0여년간 남북 완충지대로 남아 있던 DMZ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DMZ에 설정된 MDL을 기준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판단하는 합동참모본부는 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명확히 했다. 유엔군사령부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놨다.
반면 김 부장은 이날 공개된 담화에서 북한군이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2024년부터 진행 중인 ‘남부국경 일대에서 차단물 공사’는 주권행사 차원에서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논리다. 최근 공개된 북한 헌법의 신설 영토조항은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포괄적으로 새 영토·영해·영공에 대해 정의했지만 남한과의 ‘국경선’의 구체적 위치를 선언하진 않았다. 남한은 정전협정상 MDL을,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국경선’을 각각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이 군사적 경계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 부장은 우리 군이 “경고사격이 아닌 실제사격을 가해 온다면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행동지침이 일선 북한군 부대에 하달된 상태임을 공언하며 “최근 도발이 잦은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DMZ 방향에 반격수단을 증강하는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군단 21보병사단은 지뢰 폭발 사고가 난 서부전선이 아닌 동부전선에 있는 부대다.
최근 북한군은 하루 한 차례꼴로 MDL을 넘고 있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북한군은 8월(8월 1∼31일) 20여회, 9월(9월 1∼30일) 30여회 MDL을 침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답변을 제출했다. 우리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북한군이 MDL에 근접하는 등 침범 징후가 있으면 경고방송하고, 실제 침범하면 경고사격을 실시한다. 우리 군 경고사격을 북한군이 공격으로 판단해 대응사격을 한다면 국지적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참은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하고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 촉구했다. “향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고도 경고했다.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상응 조치’로 MDL 일대 경계·정찰 강화와 북한군 월선 행위에 대한 전술적 조치 강화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군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대응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최근 북한의 군사·외교적 행보와 내부 권력구도 변화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와 비교하면 북한이 대미 관계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 후계 구도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의 권력구도 변화와 맞물려 과거 북한의 군사 도발이 나타난 사례를 제시했다. 이 위원은 “천안함·연평도 포격 도발 전후인 2009~201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후계자로 가시화하고 정찰총국이 출범했던 때”라며 “국경선 요새화뿐 아니라 정찰총국이 정찰정보총국으로 확대되고 김 위원장 딸 김주애의 후계 구도가 부각되는 상황 등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진다. 이관세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남북 간 직접 대화에 응하고 있지 않은 만큼 정전협정 당사자이자 DMZ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역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유엔사가 북한에 공동조사나 군사회담을 하자고 제의할 수 있고 재발 방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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