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세계 클래식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독보적 재능을 각인시킨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고 당시 18세 연주자를 단단히 받쳐준 지휘자는 마린 알솝이었다. 단숨에 클래식 애호가들 마음을 사로잡은 이 조합이 4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와 특별한 역사를 공유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30일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임윤찬과 알솝,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11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우승 후 임윤찬이 국내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첫 무대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2년 6월 17일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시작됐다.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알솝은 결선에서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 뒤 역대 최연소인 만 18세로 우승했다. 이 연주는 유튜브 동영상 등에서 큰 화제가 됐으며 임윤찬의 연주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2022년 주요 클래식 공연에도 포함됐다. 특히 알솝은 당시 임윤찬을 두고 ‘젊은 연주자라기보다 오래된 영혼(old soul)을 지닌 연주자’라고 표현했다. 이후 두 사람이 함께한 실황은 지난해 데카에서 음반으로도 발매됐다.
올해 처음 한국 무대에 서는 알솝은 지휘계의 오랜 ‘유리천장’을 잇달아 깨뜨려온 인물이다. 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 음악감독에 취임하며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끈 첫 여성이 됐고 14년간 악단을 맡았다. 2013년에는 여성 지휘자 최초로 BBC 프롬스의 마지막 밤 ‘라스트 나이트’를 지휘했다. 지휘자로서는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미국 맥아더 펠로십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알솝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도 인연이 깊다. 1990년 처음 이 악단을 지휘했고 2024년부터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다. 현재 폴란드 국립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와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에 데뷔했다.
이번 공연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오래된 인연이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보스턴 심포니, 뉴욕 필,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명문 악단을 뜻하는 ‘빅 파이브(Big Five)’에 속한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유진 오먼디 시대에 만들어진 풍부하고 윤택한 현악 사운드와 화려한 관현악 색채로 ‘필라델피아 사운드’라는 명성을 쌓았다. 라흐마니노프는 1909년 첫 미국 순회 때부터 이 악단과 관계를 맺었고 후기 관현악 작품 상당수를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염두에 두고 썼다. 교향곡 3번과 ‘교향적 무곡’ 등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 의해 세계 초연됐다. 특히 1939년에는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피아노에 앉아 유진 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녹음했다. 협연 뒤에는 알솝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사무엘 바버 교향곡 1번과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1919년판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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