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은 주권·평화 지키는 힘” 궤변
대북 대화와 도발 대응은 별개 문제
합동참모본부(합참)가 그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에 불과하고 이 일대에는 우리 군의 지뢰 매설 기록도 없다고 한다. 부상 장병의 방탄헬멧과 조끼에서는 TNT 성분이 검출됐다. 3일차 현장조사에선 북한군의 수지 반보병지뢰 1발이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군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정부는 북한에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를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면서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며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상응 조치’와 ‘필요 조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원칙적이고 강경한 대응만이 북한의 추가 도발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도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도 강력한 상응 조치의 결과임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의 대응 수단과 같지는 않더라도 북한을 압박할 실효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북한 김선경 외무성 부상은 그제 유엔총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며 핵을 주권과 평화를 지키는 ‘절대적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추진과 한·미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안정을 해친다고 비난했다. 한·미가 야합해 핵전쟁 각본을 경신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의 핵은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고 상대방의 방어력 강화는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라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한반도와 국제 안보 질서를 흔들고 있는 장본인이 누구인가. 핵추진잠수함 보유 추진 자체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체제를 위반하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금지하는 행위도 아니다. 정부와 청와대는 대북 관계 개선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안보 문제에서는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대화를 원한다는 이유로 우리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은 물론 핵 위협에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대북 관계 개선 노력과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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