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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준비했는데…” 두 번 실패 후 울던 17세 강준이, 日 안방서 첫 金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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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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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88.45점·트릭 92.40점…합계 180.85점으로 日 사사키에 8.50점 차
8살에 보드 잡아…심야버스 타고 양산~서울 오가며 수년간 훈련
탬파암·SLS 이어 AG 정상…“다음 목표는 LA 올림픽 1등”

[나고야=권준영 기자] 두 번의 실패 뒤 눈물이 쏟아졌다. 금메달이 손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래도 강준이(17·서울 영등포고)는 보드를 다시 집어 들었다. 한 번 남은 기회에 자신이 준비한 가장 어려운 기술을 걸었다.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았다. 보드가 난간 위에 정확히 올라탔고, 몸은 270도 회전했다. 착지와 함께 강준이의 입에서 포효가 터졌다. 곧이어 또 눈물이 흘렀다. 이번에는 좌절이 아닌 환희의 눈물이었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울먹이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울먹이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강준이는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합계 180.85점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일본의 사사키 도아(172.35점)가 은메달, 오노데라 기누(168.11점)가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개최국 선수들이 시상대를 채웠지만, 가장 높은 곳에는 강준이가 섰다.

 

한국 스케이트보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케이트보드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정상에 오른 적은 없었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8년 남자 스트리트에서 은주원이 기록한 동메달이었다.

 

강준이에게 이날 결승은 한 번의 실수로 흐름이 바뀌고, 한 차례의 선택이 승패를 가른 승부였다. 런에서 한 차례 넘어졌고, 트릭에서는 같은 기술을 두 번이나 실패했다. 한 번 더 놓치면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가장 어려운 선택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는 계단과 난간, 벤치 등 길거리 시설물을 본뜬 코스에서 기술의 난도와 완성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45초 동안 코스를 주행하는 ‘런’과 한 차례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는 ‘트릭’으로 나뉘며, 각각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정한다.

 

강준이는 런 첫 시기에서 84.8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주행 막판 넘어지며 69.79점에 그쳤지만, 세 번째 주행에서 흔들림을 털어냈다. 코스를 폭넓게 활용하며 기술을 연달아 성공시킨 끝에 88.45점을 받아 런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런 세 번째 시도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런 세 번째 시도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트릭에서는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꺼냈다. 보드를 발뒤꿈치로 회전시키면서 몸을 270도 틀어 난간에 보드를 걸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고난도 복합 기술이다. 강준이는 1차 시기에서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데 이어 2차 시기에서도 넘어지며 두 차례 모두 0.00점을 기록했다.

 

두 번째 실패 뒤 코트 밖으로 나온 강준이는 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터졌다. 지금까지 준비한 기술을 연달아 실패한 데 따른 아쉬움이 컸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이마저 놓치면 앞서 확보한 런 점수에 기대야 했다.

 

그때 강준이는 기술을 바꾸지 않았다. 앞선 두 차례 실패에도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다시 선택했다. 보드 앞쪽을 힘껏 차올려 공중으로 솟구친 뒤 보드를 회전시키면서 몸을 270도 틀었고, 난간에 보드 중앙을 정확히 걸어 미끄러져 내려왔다.

 

92.40점이었다. 강준이는 최종 합계 180.85점을 만들며 사사키 도아를 8.50점 차로 따돌렸다. 두 차례 실패로 위기에 몰렸던 강준이가 세 번째 시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끌어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뒤 강준이는 당시를 떠올리며 “2차 트릭까지 넘어지고 나서 ‘내가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이렇게 끝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석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고, 마지막 도전에 나섰는데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 시기를 앞두고 강준이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는 “항상 저를 믿어주셨던 만큼 이번에는 진짜 보답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순간 자신을 믿어준 가족을 떠올리며 다시 보드 위에 섰던 것이다.

 

강준이가 보드를 처음 잡은 것은 8살 때다. 경남 양산에서 성장한 그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훈련 환경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맨땅에서 연습을 시작했고, 선수의 꿈을 품은 뒤에도 마땅한 훈련장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서울까지 오가며 훈련해야 했다. 강준이는 “금요일마다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공원에서 연습한 뒤, 주말 가장 늦은 버스를 타고 다시 양산으로 내려가는 생활을 수년 동안 했다”고 회상했다. 주말마다 왕복하는 긴 이동도 보드를 타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과정이었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강준이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그때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강준이에게 가장 큰 목표였다. 그는 “그렇게 훈련할 때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꿈에 그리던 순간을 현실로 이루게 돼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TV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 스케이트보드 신동으로 소개된 강준이는 2024년 11월 세계적인 아마추어 대회 ‘탬파암’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올해 초에는 세계 정상급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SLS)’ 데뷔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17세 고교생이 생애 첫 주요 국제 종합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시상식에서 강준이는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는 고개를 숙인 채 눈시울을 붉혔다.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도 “정말 꿈같고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29일이면 만 18세가 되는 강준이에게 금메달은 생일을 이틀 앞두고 찾아왔다. 그는 “친구들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라 ‘웃는 생일’이 될지 ‘우는 생일’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웃는 생일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8살에 보드를 처음 잡은 양산의 소년은 맨땅에서 연습하고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가며 꿈을 키웠다. 이제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강준이가 바라보는 다음 무대는 올림픽이다. 강준이는 “지금 가장 큰 목표는 LA 올림픽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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