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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 촬영 구걸했다고?”… 트럼프에 격노한 멜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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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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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게 애걸하는 멜로니가 불쌍”
멜로니, 즉각 SNS 통해 ‘거짓말’ 반박
“美 대통령, 왜 동맹을 이렇게 대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졌으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만은 트럼프의 든든한 우군으로 통했다. 이는 강성 우파 성향인 멜로니의 정치 이념이 트럼프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됐다. 그런데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트럼프·멜로니 관계가 파탄 일보직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단둘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단둘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멜로니는 최근 트럼프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물론 멜로니가 이끄는 연립정당에 참여 중인 우파 정당들도 일제히 트럼프를 성토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은 항의 표시로 오는 22, 23일쯤으로 예상됐던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의 어떤 언행이 이탈리아를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트럼프는 지난 15∼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탈리아 방송 채널 La7 TV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트럼프는 “G7 회의 기간 그녀(멜로니)는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구걸했다(begged)”며 “나는 그녀가 불쌍하다고 느꼈다(I felt sorry for her)”고 말했다.

 

멜로니와 트럼프는 G7 회의 도중 여러 차례 단둘이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언론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멜로니는 트럼프와 얘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그녀는 나와 말을 할 수 있어서 몹시 행복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멜로니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멜로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트럼프의 얘기는) 지어낸 것”이라며 “솔직히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왜 동맹국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그(트럼프)가 미국 등 서방의 적에 해당하는 국가 정상들과 훨씬 더 잘 지내는 듯한 모습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동맹국들은 대놓고 우습게 여기는 트럼프가 정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권위주의 정권 지도자들에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태도를 꼬집은 셈이다. 그러면서 멜로니는 “그(트럼프)가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나도, 이탈리아도 그에게 애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둘째 날인 16일(현지시간) 참석한 지도자들이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거나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말을 거는 정상은 한 명도 없는 가운데 트럼프 혼자 우두커니 서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 둘째 날인 16일(현지시간) 참석한 지도자들이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거나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말을 거는 정상은 한 명도 없는 가운데 트럼프 혼자 우두커니 서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AFP연합뉴스

멜로니는 트럼프가 아직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 예고 없이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트럼프와 독대했다. 2025년 1월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에 멜로니는 서유럽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 멜로니가 유럽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밀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탄탄하던 이탈리아·미국 관계는 지난 2월28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공격하며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의 전쟁 개시를 비난하자 트럼프가 교황을 겨냥해 ‘나약하고 외교를 모른다’의 식의 비판을 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로마 교황청과 특수 관계인 이탈리아 총리로서 멜로니는 “트럼프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이란과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라”는 트럼프의 요청을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단호히 거절한 점도 트럼프를 화나게 만들었다. BBC는 “한때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사활을 걸었던 몇몇 유럽 국가들마저 이제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나선 세태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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